“죽음의 문화, 근원은 낭비·물욕”
모든 생명체는 단순히 인간이 사용하기 위해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물과 식물과 미생물을 도구나 재료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며, 생명체의 생존권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은 유대관계
인간은 자연과 공동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하나의 지구촌에서 인간과 인간의 상호관계처럼 협력 관계, 동반자 관계이다.
우리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모든 생명체를 도와주고 가능한 한 어떤 생명체에도 해가 되는 일을 삼가 하여야 한다. 인간은 생명체의 파수꾼으로서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지고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 인간과 자연은 상생공존(相生共存), 즉 공생(共生)관계에 있다. 인간 이외의 것도 인간 임의로 정해 놓은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원료나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의 책임은 단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가 자연으로 확대되지 않을 수없다.
동식물을 학대하는 것은 인간까지도 쉽게 멸시하게 만든다. 동식물을 존중하는 것은 인간을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성을 성숙시킨다.
인간은 다른 생물 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다른 생물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우리의 먹이가 되는 생물이 다 없어지고 만다면, 우리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 우리는 산소 없이 숨을 쉴 수 없다.
이 산소는 다른 식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만일 지구에 나무와 풀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다.
자연 우러러 볼 줄 알아야
모든 생물은 상부상조하도록 되어 있다. 식물은 탄소 없이는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탄소동화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 없다. 식물은 탄소를 동물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동물은 식물을 필요로 하고 식물은 동물을 필요로 한다. 모든 생물은 먹이사슬로 온통 연결되어 있다. 모든 생물은 서로 서로 주고받으면서 더불어 살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후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기 1, 31)고 하신 말씀에서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의 원천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생명의 존귀함을 배우며, 우리의 생존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안식을 찾을 수 있다. 자연을 우러러 볼 줄 아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감히 자연을 훼손하지 못한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피조물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모든 피조물이 그의 것임을 믿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체를 보존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생명보전을 위해서도 생명의 터전인 자연을 온전하게 보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희생으로 살 수 밖에 없다면, 인간도 다른 생명체를 위해 자기의 불이익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절제할 줄 아는 ‘살림살이’에서 우리를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생명을 아끼는 법을 실천할 수 있다.
청빈한 삶으로 모범을
이제 우리는 청빈(淸貧)한 삶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청빈은 수도자만이 지켜야하는 길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신자라면 누구나 따라 가야하는 길이며, 나와 인류와 온 누리를 구하는 길이며, 생명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길이다.
생명을 죽이는 죽음의 문화의 근원은 청빈을 모르는 낭비와 물욕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 천주교 신자 모두는 물욕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하며 낭비를 하지말아야 하며 청빈한 삶을 수행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한다.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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