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노란색의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널리 사랑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초년에 사목의 길을 걸으려다 같은 네덜란드 출신인 17세기 바로크 회화의 거장, 렘브란트(1606~1669)의 작품 속에서 우러나는 종교성과 예술성의 조화 속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고 화가의 길을 선택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 세상에 무슨 쓸모가 있는지”에 관해 끊임없이 진지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까지 약 10여년간의 창조적 열정을 화폭에 쏟아냈다.
사목의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평생 성경을 가까이 하며 예술 속에서 ‘무한’(無恨)을 꿈꾼 그가 직접적인 종교 주제를 다룬 것은 놀랍게도 말년의 몇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가 ‘겟세마니 동산의 간구’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려고 수차례 붓을 들었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는 고백은 주목할만 하다. 완전무결한 신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고뇌하는 예수의 모습은 자연인 고흐에게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천상의 환상을 꿈꾸기 보다는 지상의 고됨 속에 배어있는 희노애락 속에서 삶의 진실을 본 그에게 ‘자연을 그린 화가’라는 명칭은 매우 잘 어울린다.
“나는 가능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네. 때문에 추상적인 습작을 통해 이상적인 것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용기도 없네. (…)
한편 나는 자연과 더욱 친밀해지고 있다네. 나는 과장하고 때때로 모티브에 변화를 주지만, 그것을 위해 전체 그림을 조작하지는 않아. 오히려 나는 그것이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하며, 그것은 단지 자연에게서 해방되어야만 함을 안다네.”
씨를 뿌린 만큼 거둔다는 성경 속의 그리고 자연의 이치가 일러주는 메시지는 그의 작품 ‘씨뿌리는 사람’에서 잘 전달된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그 안에서 절대자의 존재를 더욱 친밀하게 느끼고자 한 반 고흐. 비록 이 세상에서는 버림받고 외로이 살았지만 분명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아들이 아니었을까.
박혜원(소피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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