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우리는 숲이 우리를 부르는 생명의 소리에 대해서 응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숲은 살려고 하는 생명의 한 가운데서 살려고 하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서양과 동양의 숲
철학을 수학적 논리에만 의거하거나 윤리학을 인간관계로만 국한시켜 보는 인간중심주의적인 철학에서는 숲은 철학의 연구과제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양의 전통철학에서 숲에 관한 글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문학과 철학을 따로 따로 구별하지 않고 하나로 보고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묵시적(默示的)으로 서술하는 동양의 전통사상에서 숲에 대한 깊은 이해는 선비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숲과 인간의 불가불리의 관계를 깨닫고 요산요수(樂山樂水)를 할 줄 아는 것은 군자의 도리이다. 그래서 산수화는 동양화의 시작과 끝이며 군자의 정신수양의 거울과 같은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이해, 즉 산과 물과 숲과 공기의 상호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는 바로 동양사상의 요체(要諦)이다. 산(땅)과 물과 숲은 상호작용과 상호협력을 하는 보완관계이며 공생관계이므로 그중에서 그 어느 것 하나가 잘못되면 다 같이 공멸한다. 인간은 땅과 물과 숲과 공기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므로 땅과 물과 공기와 숲과 인간은 자연을 구성하는 구성원이며 동시에 함께 공생하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그러나 숲은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개발(수탈)로 말미암아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
환경윤리학의 등장
20세기 중반에 들어와서 생태학적 위기와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비로소 근본적으로 숲의 의미와 숲과 인간과의 관계를 묻고 통찰하는 생태학적 윤리학, 즉 환경윤리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면 숲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사람이 숲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숲이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숲은 애초부터 있어야만 할 존재이기 때문에 숲은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다. 인간은 단지 하느님으로부터 숲을 보전하도록 위탁을 받았을 뿐이다. 숲은 그 자체로 존재 이유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숲의 본래적인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숲의 존재 이유
숲은 평화스러운 고요와 명상과 안식의 의의를 가르쳐 준다. 숲은 정신적 조건과 정서적인 충일을 형성한다. 숲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안식은 정신적 안정과 평화의 체험이다. 숲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정서를 풍부하게 해준다. ‘비엔나 숲’에서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악상(樂想)은 떠올랐으며 그리그와 시베리우스도 숲속에서 악상을 얻었다고 한다. 동양의 산수화와 시도 숲속에서 잉태되지 않았는가?
숲은 많은 시혜를 베풀어 준다. 숲은 맑은 공기를 내주어 생물로 하여금 숨을 쉬게 해주며,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정화시켜준다. 숲은 온갖 종류의 과일과 열매를 맺게 한다. 나뭇잎은 짐승의 음식이 되기도 하지만 잎은 떨어져 썩어서 대지의 자양분이 되기도 하고 온갖 미생물을 살게 해주고 버섯을 자라게 해준다. 숲은 생물과 대지를 따뜻하게 품어주며 물과 불을 베풀어 준다. 산림요법은 환자의 건강회복을 촉진시킨다.
수단이 아닌 목적
숲은 단순히 목재나 임산가공품처럼 매매대상이 되는 물건으로서 무엇을 만드는 재료나 상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다. 숲은 그 자체가 목적이고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 외경(畏敬)의 존재이다.
숲이 사라진 땅에서는 홍수가 나기 쉽고 홍수가 휩쓸고 난 땅은 죽은 불모지가 되고 만다. 북한에서 농산물증산을 위하여 숲을 남벌하고 소위 다단계식경작을 도모하고 나서 몇 년 동안은 식량증산을 이루었으나 숲이 사라진 후 북한의 농토는 황폐화되었다.
숲을 죽이는 짓은 결국은 대지와 공기와 물과 사람을 죽이는 짓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숲을 지켜야한다.
진교훈 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