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하는 살림살이만이…”
생명의 신비가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처럼 생명체인 숲의 신비도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 우리는 숲의 존재론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생명이 그 자체로 충만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존중받아야 하듯이 숲도 그 자체로 충만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본질직관을 통해 숲을 그 자체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숲은 그 무엇으로도 대치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인간에 대해서처럼 숲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양심 성찰을 하지 않고 이해타산으로 산림보호를 시도한다고 한다면, 그러한 산림보호는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난날의 산림보호정책의 결과가 실증해준다. 숲을 자원으로만 보고 산림육성책을 시행해온 곳에서는 사람들은 얼마동안 숲으로부터 이익을 얻기도 했으나 종내에는 숲의 보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국제기관에서 굶주린 난민의 구제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이누가이는 그가 저술한 <인간의 대지>에서 국제기구의 정확한 통계자료를 제시하면서 이를 입증하였고, 건(A.S.Gunn), 내스(A.Naess) 등도 이에 동조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해타산 산림보호는 실패
우리가 숲이라는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고 우리자신의 자녀들을 사랑하듯이 숲을 사랑하고 찬미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만 비로소 숲은 잘 살 수 있다. 숲의 보전은 경제적인 동기를 넘어선 숲의 절대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믿음을 갖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경제제일주의에 오염된 현대인들에게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은 숲을 보호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금기어(禁忌語)를 지어냈다. 예컨대 “큰 나무를 베는 사람은 쉬 죽는다”, “오래된 나무가 쓰러지면 흉사가 난다”, “ 나무를 많이 때면 산신령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등등.
그러나 현대의 교육은 숲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무한 경쟁의 상업주의에 입각하여 반생태학적 경향으로 치닫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저질러 놓은 생태학적 위기와 숲의 위기는 실상은 인간의 정신의 위기이다. 그러므로 생명가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숲의 위기는 정신의 위기
요컨대 우리는 생명의 터전인 숲을 살리기 위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숲의 존재론적 의미와 숲과 인간과의 올바른 관계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와 교회에서 사람들을, 특히 청소년들을 가르쳐야 한다. 소극적으로는 정부가 무엇보다도 모리배의 농간에 휘말리어 숲을 죽이는 짓들, 예컨대 불요불급한 터널, 댐. 스키장, 골프장, 도로 등을 만든다든가 그밖에 녹지보호지역(그린필드 보호지역)을 풀거나 축소시키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국민들은 숲을 죽이는 짓, 예컨대 목제품의 남용과 인쇄용지의 낭비, 일회용 종이제품(종이컵, 종이접시, 종이로 된 티슈와 냅킨, 종이기저귀 등)과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이쑤시게 등을 가능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절제할 줄 아는 살림살이에서 우리를 살리고 숲을 살리고 생명을 존중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제시대에 울창한 산림이 남벌되었고 이어서 한국동란전후의 경제사정악화로 말미암아 온 산이 벌거숭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승만 정권에서는 애림(愛林)정책을, 박정희 정권에서는 국토녹화정책을 강력히 시행하였고 온 국민이 이에 호응하여 우리나라는 산림녹화가 크게 성공한 모범국가로 국제적으로 칭송을 받기도 했다.
숲의 소유권을 누가 가지고 있건 간에 숲은 만인을 위한 공공재화이다. 따라서 아무도 임의로 숲을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단지 나무를 심고 잘 기르고 숲을 지킬 의무를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았을 뿐이다. 우리는 맑은 물과 맑은 공기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숲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숲을 잘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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