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촌은 세계화를 통해 하나의 마을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지구촌 마을 안에서는 따라서 모든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거주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올해 제92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에서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듯이 ‘시대적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이민은 20세기 지구촌에 있어서 하나의 구조적인 현상으로 나타났으며, 우리가 접어든 21세기에 이민 현상은 국내에서의 이주와 마찬가지로 보편화된 범세계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이민이라는 시대적 징표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복음의 메시지,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맞도록 이러한 세계적 현상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민 현상이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이 이민에 대해서 보다 관용적인 태도를 갖도록 권고 받았다. 이질적인 문화적 환경을 지닌 사람들간의 잦은 접촉과 만남은 종종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기도 했으며, 근본적으로는 정체성의 충돌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들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민자들이 유입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간혹 이들 낮선 이민자들에 대한 경계심과 피해의식을 폭력적으로나, 혹은 제도적인 차별로 표시하기도 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는 시급하게 요청되는 덕목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적했듯이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 사이에 단순한 관용을 넘어 일치에 이르게 하는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즉 “참된 이해와 사랑의 정신으로 서로의 문화를 알고 서로의 문화에 개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민족과 언어를 당신께 불러 모으고자 하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이들이 당신의 사랑 안에 하나가 되기를 원하셨기에 그분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우리는 어떤 민족,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든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그들을 형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은 이민이 시대적 징표가 된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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