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가 성당에 가고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하고 물으니 이 신자는 끼고 가던 성경을 가방에 집어넣으며 “어디 좀 갈 데가 있어서…”하고 가버렸다. 바로 뒤에 개신교 신자가 교회에 가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디 가십니까?”하는 같은 질문에 이 신자는 얼른 찬송가책을 보이며 “예, 저는 아버지 하느님을 뵈러 교회에 갑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했다고 한다. 가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를 비교하는 우스개 이야기중 하나다.
우리는 가톨릭 신자다. 이천년이라는 장대한 역사와 베드로 위에 세워진 초대교회라는 정체성까지 두루 갖춘, 권위 있는 종교다. 하지만 정작 신자들의 교리와 영성생활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세례 때 받은 예비신자 교리가 가톨릭 지식의 전부이며 식사 전 성호를 긋는 것도 주저하는 것이 우리들 신자의 모습이다. 교회 쇄신운동에 맞물려 신자들의 활동이 전보다 많이 왕성해졌다지만 아직도 여호와의 증인의 어떤 왕국회관의 경우, 가톨릭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전체 신자의 반 이상일 만큼 가톨릭 신자들 교리지식의 뿌리는 약하다.
물론, 자신만의 교리해석으로 무장하고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며 타종교를 공격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반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로서 한번쯤은 우리가 휴일을 반납하며 성당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신자들 중 일부는 잘못된 성경번역으로 인해 예수님은 우리를 대신하여 돌아가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를 대신하여 돌아가신 것이 아닌,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다.
예수님이 우리를 대신하여 돌아가시지 않고 위하여 돌아가셨듯이 우리 신자들도 구원에 대신하는 조건적 마인드로 기도하고 종교 활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이웃을 위하여, 사랑하는 하느님을 위하여 기도하자.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하느님이 이 땅에 세우신 교회의 참모습부터 익히고 배워야 할 때다.
이정숙(안젤라.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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