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30여개국 가톨릭 농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12일까지 약 3주 동안 한국에 머물며 “민주주의와 굿 거버넌스”를 주제로 오늘날 우리 농민과 농촌이 당면한 과제는 물론 참으로 인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공동선을 수호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흔히 현대 사회에서 농민과 농촌들은, 물론 선진국의 고도로 기업화되고 극도로 대형화된 일부 농민들을 제외하고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모임을 가진 가톨릭농민회국제연맹 총회 최종 결의문에서도 분명히 언급하고 있듯이 오늘날 농민과 농촌은 모든 것이 경제논리와 무한경쟁으로 귀결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삶이 더 고통스러운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전혀 예외는 아니다. 이미 우리 농촌은 황폐해졌고, 농민들은 땅에 뿌리를 내린자신들의 삶이 언제까지 연명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하고 있다.
농민과 농촌 문제는 이제 한 나라나 그 나라 안의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피폐한 농촌의 문제는 그 원인에 있어서도 그러하지만, 그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하는데에 있어서도 국가 정책, 나아가 국제 사회의 총체적인 구조와 정책 변화가 요구되는 지구적 차원의 문제가 됐다.
그리고 그것은 근본적으로 도덕적, 윤리적 가치의 문제의 문제이며, 정치, 경제적 이익에 대한 무한대의 추구와 야만적인 개발의 논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모든 이들이 소외받지 않고 자신의 몫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하는 이러한 도덕적, 윤리적 가치를 압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땅의 농민들, 나아가서 전세계의 소외되고 고통받는 농민과 농촌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총회는 결의문에서 교회를 향해 “수많은 농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 정의가 말살된 상황을 예언적으로 비판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농민들의 호소는 농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이번 총회 폐막식 강론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는 농민들은 서로가 공존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소망은 곧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농민과 농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이미 오래 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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