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자녀출산 회피
4월 말, 교황청 사회과학학술원 총회가 바티칸에서 열렸다. 최초의 여성 원장으로 미국 하버드 법대 메리 앤 글렌든 교수가 임명돼 화제가 됐던 바로 그 학술원이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요즘 보편교회의 관심사를 드러내듯 젊은이 사목에 대한 것이었다.
마치 한편의 공포영화 제목 같은 ‘Vanishing Youth?’(사라지는 젊은이들)이 이번 총회의 주제였다. 글렌든 교수는 총회 후 발표한 성명에서 전세계 인구 현황과 관련된 젊은이 사목 문제에 대한 성찰을 요약했다. 만연한 자녀 출산 회피 문제에 대해 성명은 ‘인구학적 겨울’이라 불렀다.
한때 국가 정책이었던 강제적인 인구 억제, 이제는 강요하지 않아도 지구촌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인구를 억제하고 있다. 지구촌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진짜 공포영화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에 통계청이 발표한 출산율 1.08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저조한 수치이다. 교회 안에서는 더 심각하다.
그런데 ‘Vanishing Youth’라는 말 뒤에는 ‘어린이와 젊은이들과의 연대’라는 말이 붙어있다. 즉 ‘Vanishing Youth? Solidarity with Children and Young People in an Age of Turbulence’가 총회의 주제이다.
젊은이와의 연대
젊은이, 심지어 어린이들까지와의 ‘연대’(Solidarity)라는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 여기에는 학술원 위원들, 나아가 교황청의 청소년, 청년사목에 대한 해법의 방향이 드러난다. 단순한 돌봄이나 배려가 아니라 연대가 바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는 인식을 시사한다. 물론 말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 각 대륙에서 6명의 젊은이들을 초청,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을 보면 결코 ‘연대’의 의지가 허술한 것은 아닌 듯하다.
‘연대’는 어느 한 쪽도 일방적인 수용자로 머물지 않는다. 동등한 권리와 의무, 인격을 지닌 파트너쉽이 없다면 그것은 연대가 아니다. 나이가 적다고, 사회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고 해서 연대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연대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누구와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청소년, 청년사목은 성찰할 것이 많다. 물론 그동안 적지 않은 반성과 개선 노력이 있었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교구시노드 후속문헌 ‘청소년·청년’ 제3항에서 청소년과 청년을 “지금 이 시대에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존재하는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의 한 축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천명했다.
4항에서는 “과연 그들을 나와 똑같은 이 사회의 일원으로 여겨 왔으며, 모든 일을 그들과 더불어 꾸려왔는지 깊이 성찰해보아야 한다”고 문헌은 말한다. 20항에서는 “교회는 지금까지 청년들에 대해서 신자와 사목자라는 관계 안에서만 보아왔다”며 “그들이 교회 안에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주도적으로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장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어쩌면 한때 한국교회는 그 장을 갖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70년대와 80년대초까지 청년들은 적어도 교회 근처에 머물렀고 자신들의 연대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그리고 90년대에 넘어오면서 청소년은 주일학교로 남아있었지만 청년들은 교회 안에서 그 독특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청년들은 한국교회 안에서 연대의 끈 - 서로간의 연대이든, 혹은 교회와의 연대이든 - 을 완전히는 아니어도, 거의 상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금 그 끈을 잇는 일은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어쩌면, 본의든 아니든 교회는 그들을 밀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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