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5월22일 수원·성남·안양·평택·용인·안산 대리구의 초대 대리구장에 최재용 김영옥 한상호 조원규 고건선 김한철신부를 각각 임명했다. 대리구제 실시를 공식 천명한 이같은 조치는 교구 쇄신과 발전을 위한 교구장 주교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본다.
이번 대리구제 실시는 무엇보다도 시노두스 결의인 ‘소공동체 활성화’(현재)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틀’ 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리구제로의 개편은 바로 이 두가지를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대리구에 대리구장 외에도 복음화 전담 및 청소년 전담 신부를 별도로 배치하기로 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로써 수원교구는 교구를 굴러가게 할 두 바퀴(소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지탱해줄 축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대리구제가 그 취지에 맞게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기존 교구 중심의 조직과 각종 단체, 재정, 인력을 어떻게 대리구제에 맞게 재편해 나갈지 관건이다. 각 대리구의 지역적 특성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사목 정책을 얼마나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든 교구민과 수도자, 사제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교회의 쇄신과 발전에 있어서 관건이 되는 것은 제도나 조직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의 일치와 협력, 특히 주교를 중심으로 하는 사제단의 친교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리구제는 말 그대로 ‘제도’(制度)다. 법(法)이 그런 것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는 없다. 제도는 필요조건이지 그 자체로 충분조건이 아닌 것이다. 이점에서 수원교구 대리구제는 ‘이미 그러나 아직’인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수원교구가 보여온 저력에 주목한다. 본당 수가 지난 10년간 88개에서 167개로 100% 가까이 증가했고, 신자 수도 같은 기간 39만여명에서 65만여명으로 25만명 가까이 늘었다. 더 나아가 한국교회 최초로 전국 규모 가톨릭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 등 평신도 사도직 활동이 그 어느 교구보다 활발한 교구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수원교구가 스스로의 역량을 대리구제를 통해 어떻게 발휘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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