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발생 책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경로효친과 같은 전통윤리의식이 강하여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일컬어져 왔다. 그런데 요즈음 패륜행위로 간주되던 노인학대의 발생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모방송국에서 ‘현대판 노예 - 할아버지의 짓밟힌 50년’을 방송했다. 이 방송을 본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어떻게 저런 일이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가? 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인학대는 단순히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 할아버지만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노인들이 학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학대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2004년 4,333건에서 2005년 1만3,836건으로 219.3%나 증가하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6개 대도시의 12개 노인(종합)복지회관을 이용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 총 8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인학대의 실태를 살펴본 결과 전체 노인학대건수 중 ‘거의 매일’이 42.7%, ‘2∼3개월에 1회’는 24.7%, ‘월 1∼2회’가 11.2%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부모를 학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39.5%)였으며, 그 다음은 성격차이(22.1%)로 나타났다.
그리고 학대유형에 따라 노인의 8.5%가 신체적 증상을 보였다. 가장 많이 나타난 증상은 두통이었으며, 심각한 신체적 증상은 팔·다리가 부러지는 등의 골절상 및 정신과 치료를 받는 정도의 쇼크 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정서적 학대 피해노인 중 76.6%가 정신적 증상을 갖고 있었는데, 평균 1.3종류의 정신적 증상수가 나타났고 가장 많은 증상은 ‘자신에 대한 실망, 무력감, 자아상실(30.8%)’과 ‘매사에 불안, 우울함(29.7%)’이었다, ‘죽고싶다’는 위험스러운 생각을 하는 경우도 22.0%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사회의 능률, 효율 및 생산성 위주의 우선가치, 편의주의, 개인주의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할아버지를 통해 우리나라 노인복지정책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어두운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노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사실 이 할아버지의 학대에 대한 책임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인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요한 8, 7)
노인학대 발생의 책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모두가 내 탓이요 라는 책임 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노인학대 예방차원에서 시급한 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차원에서 노인도 사회의 한 구성원인 만큼 인간으로 존중받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고 노인을 차별하거나 경시하는 풍조를 근절하여야 한다. 그리고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이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확대되어야 하며 홍보 및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노인들이 사회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확대시키고 사회활동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일도 필요하다.
둘째,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교육을 실시하여 학대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노인의 의존성을 줄이기 위한 자기관리를 강화시켜주어야 한다. 사회활동 참여가 없거나 저조한 노인들은 부양자에게 동거스트레스를 주게 되어 학대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활동 및 직업활동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가족 차원에서 노인학대의 많은 경우 경제적인 문제가 학대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에 노인을 부양하는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경제적 지원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부양자를 위한 정서적, 사회적 지원서비스, 노인부양 원조체계로서 재가노인복지서비스 활용, 노부모에 대한 이해교육 및 수발방법 교육 등이 있겠다.
나는 5월이 되면 어머니께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시던 이 노래의 의미를 생각하며 불러본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잡을 수가 있나요~. (중략)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 내 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어머니께서 왜 이 노래를 좋아하실까? 이제 내 나이 불혹. 세상의 이치 깨달음에 이른다는 것에 미흡하지만 ‘이 내 몸이 흙이 되도 영원히 변치 않는 맘’은 자식을 향한 어머님의 마음임을 안다. 뵙고 싶다. 비록 함께 하지 못하지만 오늘도 나를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도 함께 기도한다. ‘9988234’를 위하여….(어머니 99세까지 88하게 사시다가 2,3일 앓다가 4일 만에 하느님 품에 안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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