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지진은 5천명이 훌쩍 넘는 엄청난 인명을 앗아가고 수만채의 삶의 터전을 무너뜨렸다. 이로 인해 집을 잃고 거리로 나앉아야 하는 이재민들의 수는 수십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너무나 자주 발생하는 이러한 엄청난 비극 앞에서, 특히 아무런 죄도 없이 상처 입고 굶주리는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종종 왜 하느님께서 이런 시련을 인간에게 허락하시는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하느님의 뜻을 인간으로서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동료 인간, 하느님 안에서 하나의 형제자매인 그들의 고통을 보면서 우리는 결코 절망과 좌절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자연재해,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 빚어낸 갈등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서 십시일반으로 작은 정성들을 모아 사랑의 나눔을 실천해온 사랑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가난하고 힘없는 주민들이 겪고 있는 이 험난한 삶의 고난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또 다시 우리 가슴 속의 사랑의 불길을 일깨워야 한다.
이른바 ‘원조 피로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되풀이되는 도움의 요청에 그 절박함에 대한 동정과 연민이 퇴색하고, “이 정도면 많이 도와주었다”라는 자신도 모르는 무감각함으로 이웃의 고통에 둔감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되풀이된 재해로 고통 받는 이웃들의 모습에 결코 익숙해져서는 안된다. 아무리 되풀이되더라도 그들의 고통은 항상 절박한 것이며, 언제나 견디기 힘든 일이다. 더욱이 그들이 우리 국민들이나 내 가까이 있는 이웃이 아니어도 그들은 우리의 형제이다.
내게는 작은 성의라고 할지라도 이 작은 성의들이 모여서 전해질 때 그들에게는 커다란 힘이 될 것이며, 아무리 삶이 고되고 힘들지라도 그것을 이기고 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격려가 된다.
특별히 이번에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지역들은 대부분 가톨릭 신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여러 곳의 성당들이 무너지고 그 와중에 목숨을 잃은 신자들도 많다고 한다. 신앙 안의 형제가 아닐지라도 우리는 그들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지만 더군다나 신앙을 함께 하는 형제들에게 주는 도움은 더욱 기꺼워야 할 것이다.
고통 받는 이들과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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