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성숙이란?
‘성숙’이라는 말은 아주 많은 의미를 지닌다. 이 말을 동물에게 쓸 때에는 새끼의 단계를 지나 종족번식이 가능하고 스스로 먹이를 구해 독립적으로 개체의 영위가 가능할 만큼 자랐을 때를 일러 말할 것이다.
‘성숙’을 인간에게 이를 때에는 우선 육체적으로 2차 성징이 나타나고, 때로는 성적인 매력까지도 발산할 만큼 충분히 자라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성숙은 또 다른, 정신적인 성장과 발달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성숙은 인간에게만 유보된 개념이다. 동물이야 정신적으로 성숙해봐야 본능의 메카니즘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겠다.
그러면 인간의 정신적인 성숙도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많은 기준이 있겠으나 말과 행동의 일치는 그 중요한 하나일 것이다. 생각은 말로 드러나고, 말은 다시 행동으로 검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성현들은 언행일치를 인간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주 언급했다.
우리 신앙도 그러하다. 믿음에 바탕을 둔 복음 선포의 소명 역시 ‘삶의 증거’를 통하지 않고서는 설득력도 정당성도 잃는다. 초대교회는 서로 사랑함의 증거를 참된 공동체의 모습으로 드러냄으로써 신앙을 삶으로 증거했다.
실천의 힘
우리가 잘 아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 그분이 하는 말씀이야 평범하기 그지없다. 그분의 어록으로 출판된 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그 말씀이 지닌 힘, 즉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온 실천의 힘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주변에서 성숙되지 못한, ‘미성숙’한 사람들을 자주 발견한다. 성당에서 열심히 미사에 참례하고 앵무새처럼 주님의 기도를 되뇌이다가 성당 문만 나서면 행동이 돌변하는 주말 신자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믿고 말한 것을 행하지 않음으로 해서, 결국은 ‘미성숙’한 인간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성숙한 부류의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들이 아닐까 싶다. 선거 전의 공약들, 많은 이들이 조롱하듯 또는 자조하듯 ‘빈 약속’으로 부르는 그 많은 말과 약속들은 정작 선거가 끝나면 허공으로 흩어진다. 애당초 ‘국민을 위한’ 약속은 누구나 다 아는 거짓말이기 십상이다. 우리는 참으로 오랫동안 그들의 ‘언행일치’(言行一致)를 고대해왔다. 국민의 뜻에 따라 공동선을 위해 일하는, 참된 공복이기를 기대해왔다. 번번이 기대가 허물어지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성숙한 정치인을 희망하며 투표한다.
고백하는 신앙
여기에서 우리는 또한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게는 언행일치 외에 또 하나의 덕목이 요구된다. 그것은 자기들이 고백하는 신앙이다. 성품성사 때 수품자는 성경 위에 손을 얹고 이런 말을 듣는다.
“읽은 것을 믿고, 믿는 것을 가르치며, 가르치는 것을 실천하라.” 비슷한 투로 말하자면 이렇다. “믿는 것을 말하고 말한 것을 반드시 실천하라.”
‘신언행일치’(信言行一致). 하느님이 일깨웠고 교회가 가르친 것을 믿고 따르고 실천하는 일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성숙을 위해 필요한 소명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야 그 소명의 무게가 얼마나 클 것인가.
언행일치도 어려운데, 신언행일치야 얼마나 어렵겠는가마는, 그것이 신자 정치인들의 소명임을 부정할 바에야 그리스도인이기를 포기하라!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가톨릭 신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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