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무상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1티모 6, 7)
그야말로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임을 절감(切感)합니다. 어제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하며 쾌유를 기원하던 생미사가, 오늘 하느님 품에 안기신 영혼을 위한 연미사로 봉헌됩니다.
어제와 오늘 사이였습니다. 아득하게 느껴졌던 생미사와 연미사의 거리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중환자실 심장박동 측정 그래프의 곡선이 직선으로 변하면 그만입니다. 곱던 얼굴 그대로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아무리 흔들어도 미동(微動)도 없습니다.
“하느님! 이 영혼을 당신의 손에 맡겨드립니다.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허탈 상태에서 안간힘을 다한 마지막 절규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이 나왔는지 모를 일입니다. 절망에서 벗어나는 탈출구이기도 했습니다. “성당에 나오실 생각은 없습니까?” “종교를 가진다면 천주교를 택하겠지만 아직은 이르니 더 있다가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쉬셨으니 이제는 성당에 나오시지요.” “아직은 바빠서요. 더 있다가 나가야지요.”
‘아직’이 언제까지의 ‘아직’인지 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날입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깨어 있어라.”(마태 25, 13) 그 날을 알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어제와 오늘의 사이였습니다. 그러니 준비는 해야 할 일입니다.
이제는 쉬는 이웃을 깨우는 일이 더 없이 막중한 사명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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