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사흘 동안 로마에서 열린 이른바 평신도 ‘교회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 국제 대회, 그리고 이들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의 만남은 현대 사회에서 평신도 사도직의 실현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편교회 차원에서 확인해준 자리였다.
말 그대로 교회운동과 새로운 공동체들은 평신도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구체적인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복음적 소명을 구현하기 위한 자발적이고도 열정적인 몸짓이다. 그것은 결코 개인적 관심이나 열의에 그치지 않는, 교회 안에 살아계시고 활동하시는 성령의 은사이다. 그렇기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러한 평신도들의 운동이 교회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면서 직접 이번 대회를 소집하고, 그들을 만나서 격려해주었다.
이번 대회와 교황과의 만남은 일차적으로 이러한 평신도 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교회가 그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자리는 ‘교육의 자리’이기도 했다.
특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많은 교회 운동과 공동체들이 새로 창립되고 확대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운동과 공동체들이 교회의 교도권과 틀에서 벗어나 단체중시주의로 빠지는 경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여러 교구와 본당에서는 이런 운동들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했고, 때로는 서로간에 갈등과 긴장 관계가 형성됐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운동과 공동체들’ 안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교황청에서는 전세계의 모든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의 협력과 연대의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구상했다. 그 첫 모임이 지난 1998년에 개최됐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새 교황으로 즉위한 뒤 이번에 그 두 번째 모임이 열린 것이다.
우리는 이런 모임이 한국교회 안에서도 진지하게 검토되기를 제안한다. 현재 한국 교회 안에도 다양한 평신도 운동과 단체, 공동체들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고유한 사도직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국제대회가 열린 동기와도 마찬가지로 한국 교회 안에서 이런 평신도 단체들 역시 자칫 단체 중심주의에 빠져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모임의 필요성은 감소되지 않는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 그것을 삶으로 실천하려는 평신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긴밀한 협력과 연대의 뜻을 다지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명분이 있고 한국교회에 풍부한 유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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