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점심 드셨어요? 저 ○○○입니다.” 제자의 목소리이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다 선생님 생각이 나서 전화 드렸습니다.”
“선생님 힘내시고 건강 돌보셔야 합니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진다. 코끝이 시큰해지며 한 동안 참고 있던 슬픔이 다시 북받쳐 오른다. 세월이 약이라 했는데, 이제는 좀 덜할 만도 하련만 갈수록 아픔이 더해지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
제자들의 정성이 고맙기 이를 데 없다. 혼자 남은 내가 행여 끼니라도 거를세라 수시로 안부 전화를 걸어온다. 요즈음 같은 살벌한 직장 분위기에도 피곤한 퇴근길에 먼 길을 찾아 와서는 나를 위로하자고 너스레를 떠는 녀석들의 마음이 오히려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20년, 30년이 지나고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이다. 교실에서 교사가 꾸중을 한다고 112 전화 신고를 하고, 신고를 받은 경찰차가 학교 교정까지 들어오는 세태이다. 어디서도 사제지간의 정이라고는 조금치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누구의 탓이라고 따지기엔 골이 너무 깊이 파였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운운 하는 것은 너무나 낡은 관념일까.
그러나 꼭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교사가 존경을 받지 못하면 교육의 장은 무너지고, 교육의 장이 무너지면 나라의 장래가 암담하다는 것이다.
정치를 하는 이들은 묵묵히 일하는 많은 선량한 교사의 입지를 지켜주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사회에서는 일부 교사의 과오가 모두인양 전체를 매도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교사는 긍지와 애정으로 학생을 대할 일이고, 학생은 존경과 사랑으로 교사를 대할 일이다.
내 팔에 매달린 것인지, 내가 매달린 것인지, 나의 양팔을 부축한 제자들의 건장한 팔에서 새삼 따스한 온기가 전해온다.
정점길 (요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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