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음악 그림에서 하느님 체험”
예술은 인간이 단순히 동물로서 생존하기 위한 필요한 조건들을 초월해서, 인간을 위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세계를 창조해 내려는 인간의 본성적 요구에서 생긴다. 그래서 예술은 사람다운 삶의 요구로부터 발생하는 정신활동이다. 예술은 고통스러운 인생에서 정신적인 즐거움과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좋은 성품에로 이끌어 가며 인간의 삶을 고양시키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
인간의 모든 행위가 도덕에 종속되어야 하듯이 예술도 덕에 종속되어야한다. 그러므로 어떤 예술가의 작품이 인간의 부도덕을 조장한다면 그는 예술의 근본을 망각하는 것이 된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거나 많은 사람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는 실험적인 작품은 우리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예술도 덕에 종속돼야
플라톤은 젊은이를 해치는 예술작품은 검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들은 예술가가 우리의 수호자계층을 부도덕한 교육에로 이끌어 가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그들의 좋은 성품에 의하여 아름다움과 고귀함의 본성을 찾아 나아가는 예술가를 발굴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젊은이들이 주위에 있는 예술작품에서 보는 것, 듣는 것 전부가 사랑스런 고장에서 그들에게 건강을 가져다주는 미풍과도 같이 어린 시절부터 아름다운 이성을 닮고 사랑하고 조화를 가져오게끔 되기를 우리는 바란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 분이 지으시고 다스리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과업을 가진 사람, 즉 기도하는 사람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시가(詩歌)로 전달된다. 시를 읊고 노래를 하는 것은 거룩한 일이다.
정신을 병들게 하는 음악
그러나 세상에는 추악한 시와 노래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 공자가 그토록 질타했던 ‘세상을 어지럽히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난세지음과 망국지음’이라고 할 수 있는 상업주의에 물든 퇴폐적인 대중음악이 청소년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다. 고발과 폭로, 비꼬임, 엽기적인 시도를 능사로 삼고 인간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조형예술도 우리는 배격해야 한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는 미술은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인간을 고양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예술을 통하여 영원에 대한 우리의 목마름을 축일 수 있다. 성(聖)예술은 창작자와 관객의 호흡과 감정이 암합(暗合)할 때 탄생된다. 그러므로 감상자와 관객이 훌륭한 예술을 낳게 만들 수 있다. 좋은 시, 좋은 음악, 좋은 그림, 좋은 조각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의 근원이신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다.
문화는 다양성을 지닌다. 따라서 어떤 문화도 다른 문화보다 항상 더 훌륭하다든지 더 낮다고 함부로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전통문화가 파괴되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정신이 황폐해지고 만다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은 자기가 사는 고장에서 절차탁마되어온 삶의 방식을 잘 보존해야만 건전하게 오래 살아갈 수 있다. 유다인들은 어디서나 한결같이 자기들의 전통문화를 고수하기 때문에, 그 모진 박해와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존속할 수 있었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근대화과정에서 서구화가 발전인 것처럼 오해되면서 외면되기 시작했고, 특히 일제 식민지시대의 한국문화박멸정책과 제2차 세계대전이후 미군정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외래문화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급기야 신자들도 사대주의사상에 물들어버렸다. 그 결과 한국인의 고유한 심성과 조화되지 않는 일방적인 서양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전통문화까지도 대부분의 신자들에게 이질감을 주었다. 그래서 한국의 가톨릭신자는 예술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은 성음악과 성미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음악교육과 미술교육을 교회가 실시할 것을 명하고 있다.(제6장 112~121항 및 제 7장 122~129항 참조)
현대문화의 하강은 현대인들이 올바르고 건전한 예술이 어떤 것인가를 판별하는 임무를 등한시 하거나 포기한 데에 기인한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 인류의 공존공영, 모든 인간의 마음에 평화와 사랑과 영혼의 아름다움을 진작시킬 수있는 예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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