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은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기도를 바치도록 마련된 날이다. 모든 하느님 백성은 단지 이 날 뿐만 아니라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희생제사를 바치도록 부름받은 사제들이 주님의 은총 안에 머물며 말이나 행동으로 거룩한 사제로서 살아가도록 기도를 바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해 성 목요일 서한에서 “특히 새로운 복음화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제들 안에서 그리스도를 ‘뵙기를’ 희망하며(요한 12, 21 참조) 사제들에게 의지할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제들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간직하고 그분의 거룩함을 모범으로 전해주기를 고대하고 열망한다. 신자들은 사제의 말과 행동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에 의지하여 영원한 생명의 희망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그러한 희망을 바탕으로 우리는 자기 영혼의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그만큼 그리스도를 닮은 사제의 본보기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이끄는 가장 좋은 수단이며,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실로 사제는 그리스도를 반영하는 거울이며 사제들이 스스로 더욱 거룩하게 살아갈수록 거울에 비치는 그리스도의 모습은 더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다.
모든 신자들이 사제들의 성화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를 바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 사회와 교회 안에서 때로 우리는 사제들에게서 영혼의 목자이기보다는 단순한 행정가나 유능한 활동가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물론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 안에서 사제는 세속적인 면에서도 유능한 전문가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 현대인의 삶과 사고방식, 행동양식은 과거의 사회와 같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사제에게는 높은 식견을 지닌 전문가, 효율적인 관리자로서의 자질이 요구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자들은 결국 사제에게서 유능한 관리자의 모습보다는 영혼의 사목자, 그리스도의 향기를 짙게 풍기는 사제의 모습을 기대하며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이어받은 사제들의 참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사제의 성화를 위한 우리의 기도를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미사 강론에서 “우리가 그리스도를 우리 삶 안에 모시면 우리는 삶을 자유롭고 아름답고 위대하게 하는 그 무엇 가운데 아무 것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제들은 그리스도를 삶 안에 모신 이들이며, 모든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러한 사제들의 모범을 따라 자기 삶 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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