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은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과 갈라진 형제들이 하나로 일치되는 날을 위해 기도를 바치도록 한국교회가 정한 중요한 시기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오늘날 우리 사회가 더욱 깊이 성찰하고 간절한 염원으로 헌신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이 막중한 역사적 과제는 수많은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난에 가로막혀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이번 기도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도 분명히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는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적지 않은 정치, 사회적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안에서조차 서로 어긋난 생각을 갖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사고를 넘어서야 한다. 물론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라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성취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을 향해서 나아가는 여정에서 우리는 심각한 견해 차이와 분열의 징후들을 발견한다.
담화문의 지적대로 ‘통일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자리잡지 못하고, ‘이념적 대결과 편향적 사고’가 우리들 사이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혹자는 가혹한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적하면서 북한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보다 엄정하고 혹독한 대처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이들은 한 민족으로서 북한에 대한 동포애와 민족의 자주성에 주목해 서구 열강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러한 분열과 갈등은 우리 교회 안에서 조차 똑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보수적 입장과 진보적 입장은 서로 견해를 달리하며 북한과 북한 동포에 대한 교회의 대처에 대해 매우 상이한 방향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교회의 북한 관련 활동에 적지 않은 혼선을 빚을 우려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교회의 효과적인 대처 방안은 결국 기도일 수밖에 없다. 진리이며 사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의지하고 하느님의 뜻을 살피며 우리 민족이 하나 되는 그날을 염원하는 열렬한 기도는 한국 교회와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밝혀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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