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서울대교구 사제들의 사후 장기와 각막 기증 운동이 우리 사회 안에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며 범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추기경과 서울대교구 사제단은 6월 23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을 비롯해 세군데서 열린 사제 성화의 날 행사에서 뇌사시 장기기증, 사후 각막기증, 그리고 ‘하루 100원 모으기 100만 신자 참여운동’에 동참한다는 뜻을 담은 헌신봉헌서에 서명하고 제출했다.
사제들이 솔선수범해서 나선 교회의 생명운동은 이로써 우리 사회에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나아가 직접 몸으로 실천하는 생명운동의 표양을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그야말로 입으로만, 가르침으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로서 생명의 문화를 살아가는 모습을 실천한 것이다.
사제들의 이러한 솔선수범은 이제 평신도들에게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홍순 회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곧 회의를 열어 평신도들도 사후 장기와 각막 기증 서약에 뜻을 함께 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교구 사제들이 앞장서 시작된 장기기증 운동이 타교구에로, 그리고 평신도들에게로 폭넓게 확산될 경우, 이는 더 넓게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기증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올 2월 현재 실낱같은 희망 속에서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수는 1만 5300여명, 그 중에는 3년이 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만도 7천여명을 헤아린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상 장기기증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뇌사자 한 명의 장기기증은 최소한 6명의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또 각막 기증은 2명의 시각 장애인에게 빛을 줄 수 있다.
장기기증은 자신의 신체를 남에게 줌으로써 그에게 가장 숭고한 생명을 선사하는 고귀한 사랑의 행위이다. 그것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심으로써 인류를 구원한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가장 근접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사제들의 결단과 실천은 봉헌된 삶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예수님의 제자들로서 참된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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