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팠으면 가겠소.”
미국에서 한의원을 하고 있는 친구가 보내준 편지의 한 구절이다. 아내가 천국으로 간지도 벌써 한 달이 넘는다. 하늘나라로 옮아가는 여정에는 그토록 많은 고통이 필요한가보다.
이식 부작용으로 온통 붉게 물든 피부.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여 몸부림쳤다. 온 몸은 부어오르고, 갖가지 통증은 진통제도 듣지 않았다. 수지침에서 배운 대로 팔다리를 주물러 주면 그렇게 시원하다더니 나중에는 손을 대는 것조차도 아파서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저렇게 힘들어할까. 통증을 견디기 어려워 몸부림치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인간적인 한계성에 대한 안타까움, 이 또한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래서 고통이 없는 천국이 있어야 함을 슬픔 속에서도 뒤늦게 공감하게 된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진정 죽은 자를 위한 슬픔만은 아닌 것 같다. 남아있는 자가 자신을 위한 아픔이 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시에 못 다한 사랑에 대한 회한에서. 이제는 더 받을 수 없는 정에 대한 아쉬움 때문도 있으리라.
가톨릭 성가 521번 ‘고통도 없으리라’에서 “하느님이 몸소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리니 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으리라”는 묵시록 21장 4절 말씀이 한결 저린 가슴을 달래준다.
아내가 잠들어 있는 옆방에 새 이웃이 왔나보다. 기도가 끝나자 통곡하는 소리가 애절하게 들려온다. 인지상정이다. 물론 더 보고 싶고, 더 함께 있고 싶다. 하지만 인간의 아쉬운 계산으로 10년, 20년이다.
영원한 안식의 나라에서는 모두가 순간일지니, 자신을 위한 울음을 잠시 멈추고, “하느님! 이 영혼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두 손을 모아야 할 일이다.
정점길 (요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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