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은사를 성장·완성시켜
은사와 사랑
공의회 문헌은 은사를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과 직무를 맡기기에 적합하도록 당신 백성을 준비시켜 주시는 성령의 특은”이라고 묘사한다. 공의회 문헌이 은사를 ‘특은’이라 지칭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러한 ‘특은’이 주어지는 방법 때문이고 또 하나는 이러한 ‘특은’이 주어지는 목적 때문이다. 그 방법이 특별하다는 것은 ‘특은’”을 받는다는 것은 교회의 생활에서 성령의 직접적 개입을 받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며 또한 이 ‘특은’은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의 쇄신과 보다 폭넓은 건설을 위하여 유익한 여러 가지 활동과 직무를 맡기기에 적합하도록” 그들을 준비시킨다.
다시 말하면, 은사는 특별한 종류의 봉사를 위해 사람들에게 부여해 주시는 특별한 은총의 선물이다. 분명히 사랑은 다른 이에게 베푸는 모든 순수 봉사의 저변에 깔려 있는 필요 불가결한 원동력이요 기본적 은총이다.
은사는 특별한 은총
그러므로 모든 은사는 사랑의 선물을 필요조건으로 전제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 사랑이 사람을 움직여 특정의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은총을 수용케 한다는 의미에 있어서 ‘특별한 은총’인 것이다.
은사는 은사활동을 시작하게 하는 은총의 인(因)이다. 이러한 은총 인자 때문에 그 활동은 ‘은사적’이라고 묘사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사는 또한 그 사람의 타고난 은총과 재능을 모두 포함한다. 은총의 선물과 타고난 재능이 모두 하느님의 선물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에게 다른 방식을 통하여 다가오는 다른 종류의 은혜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로부터 재능을 타고난다. 그러나 우리는 은총을 유전시킬 수는 없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을 통하여, 코린토 교회 내에서 예언과 신령한 언어에 관하여 이목을 끄는 이색적 성격의 성령의 활동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하기 전에 먼저 그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면서, 그리스도교 안에서의 단순한 믿음을 성령의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확립시켰다. 그 성령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이 주님이라고 고백할 수 없기 때문이다.(1코린 12, 3) 이어 사도는 성령의 은사는 다양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같은 성령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다양성을 가진 코린토 공동체의 모든 현상은 단 하나의 근원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사도는 코린토 교회의 분열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신자들 간의 반목(反目)은 그리스도교의 일치의 전망을 인식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도는 코린토 사람들이 풍부하게 ‘영성적인 은총’을 소유하고 있음에 대하여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넉넉한 은사를 소유하고 있지만 그 은사로 인해 그들이 ‘영성적인 사람’이 되는 자격을 완비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은사들을 남용하는 종파들을 타파하던 몇몇 시대를 제외한다면, 교계는 카리스마를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왔다.
사도는 각 은사의 분배를 그리스도교적 일치의 전망으로 확신 안에서 설명하였다. 은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그 전부가 주어지지 않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서 가질 수 없고 공동체를 위하여 성령께서 선택하여 개인에게 알맞은 것을 분배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다양한 은사들이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또한 ‘은사적’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선명하지 않은 부분들이 드러나는 까닭에 검증이 필요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숙고하여야 할 문제는 은사적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가 아니라 ‘사랑의 부재(不在)’일 것이다. 어떠한 은사도 주시는 선물일 뿐이며 결코 성령 자신은 아니다. 그 성령과 동일할 수 있는 길은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사랑할 수 있는 그 사랑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덕은 ‘사랑’
그러므로 사도가 말하는 더욱 뛰어난 길은 바로 사랑이었던 것이다. 영적 선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인 사랑이 모든 은사를 성장시키고 완성한다는 참으로 위대한 가르침이다. 사도 바오로는 성령의 은사에 대하여 바오로 자신의 믿음에 따라 자신의 편지 이곳, 저곳에 자유롭게 영을 표현하며 은사의 사용에 관하여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은사에 관하여 집중한 나머지 사도께서 강도 높게 주장하는 많은 부분들은 놓치고 있다. 그것은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전해준 복음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이다”는 것이다.(1코린 15, 3) 사도가 전해 받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무엇보다도 먼저 전해준 것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이며, 모든 은사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사용되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의 건설은 결국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이 사도의 결론이다.
문종원 신부(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 지도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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