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문명의 편리함
세월이 흘러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서 인류는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편리를 누린다. IT, 곧 정보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국은 물론 전세계를 일일 생활권으로 묶어버리는 교통수단 역시 첨단 문명이 주는 유례없는 편리함이겠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과 풍족해진 경제적 여유가 가져오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비만이라는 사실은 좀 우습기도 하다.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는 갖가지 수단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꼭 필요한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영양 섭취로 인해 야기된 이 현대병은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어린이 문제는 별도로 하더라도- 사실 인류의 건강에 상당히 심각한 위협이다.
비만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우려와 함께 날씬함이 미의 척도가 된 오늘날의 다이어트 붐은 비만을 극복하기 위한 현대인들의 온갖 몸부림을 야기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숙변 제거란다. 대장에 변이 머물러 독성을 발산하고 소화를 원활하게 만들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건강의 문제를 야기하고 그것들은 곧 비만의 원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강제적인 장세척을 하거나 일 년에 한 두 번씩 단식을 해서 장 안에 있는 숙변을 제거한다. 일리가 있는 건강법 같기도 하다.
결혼 생활 만 14년이 되어간다. 10년이 넘어가면서 고물티를 팍팍 내기 시작해 구석에 처박았던 전자제품들, 그리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쓰다가 창고로 넣어뒀던 잡동사니들을 얼마 전에 정리했다. 신발장에도 결혼식 때 신었던 예식화가 그대로 있었다. 뽀얗게 먼지 앉은 고물들을 정리하고 나니 그야말로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하고 집안이 훤칠해졌다.
어쩌면 우리 집안도, 그리고 우리들 각자의 마음도, 몸이 그러하듯이 숙변처럼 대장과 소장 벽에 붙어있던 찌꺼기들을 큰 맘 먹고 한 번쯤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가능하고 지나치게 번거롭지 않다면 일 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대청소를 해봄직도 하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무슨 일에서나 그렇듯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세례를 받으면서 우리는 재탄생의 감격에 눈시울을 적신다. 눈물까지야 아니더라도 무언가 새로운 삶의 장이 열렸다는 느낌을 우리는 갖게 된다.
영혼을 비대하게 만들어
하지만 신앙생활이 거듭되면서 마치 조금씩 숙변이 쌓이듯, 우리 영혼에는 때가 끼기 시작하고 태만과 무감각으로 신앙의 활력을 잃어가고, 심지어 포기하기까지 한다. 몸의 숙변이 쌓이면 몸이 비대해지고, 육체적 건강을 위협받듯 영혼의 숙변이 쌓이면 신앙의 참 의미를 잃어버리고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욕심들이 영혼을 비대하게 만든다.
이제 곧 휴가철이다. 때로 우리는 더위와 번거로움을 피해 더 큰 번거로움을 찾아가기도 한다. 자주 할 수는 없겠지만, 한번쯤은 내 영혼 깊숙이 묵혀진 쓰레기들, 영혼의 숙변을 제거하기 위해서 여름철 피서를 피정으로 대신해보는 것도 괜찮을 선택이다. 숙변을 쭉 뽑아버려 뱃속을 비우듯, 영혼의 숙변을 털어버리고 깃털처럼 가볍게 하느님께로 날아가보자.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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