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마음 놓고 울었다. 커다랗게 소리 내어 울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였지만 그런대로 그동안 가슴깊이 고였던 진한 눈물들을 닦아 낼 수 있었다.
매월 첫 토요일 10시에는 ‘하늘의 문’(신곡2동성당 납골당)에 모셔진 영혼들을 위한 위령미사가 봉헌된다. 먼저 가신 이에게 못 다한 안타까움에 가슴저려하는 비슷한 처지의 남은 자들이 한자리에 모였기에 모두에게 울 자리로 제격이었다.
주여! 오늘 나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을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이하 생략>
최민순 신부의 시 ‘주여! 오늘 나의 길에서’는 위령성가로 이미 붉어진 눈들에 이슬이 맺히게 했고, “우리의 슬픔이 고인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유가족을 위로하려는 말씀이 오히려 고였던 눈물을 쏟아지게 만들었다.
“열심히 살았으니 하늘나라에 갔을 거야.” “숱한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그토록 아파했으니 차라리 하느님 품에서 안식을 누리는 것이…”하면서 서러운 마음을 달래 왔다.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삶의 흔적들을 눈으로, 손으로 어루만지며 행여 누가 보기라도 할세라 눈을 붉히면서도 가슴깊이 묻어온 눈물까지 쏟았다.
어느 문우(文友)가 메일을 보내왔다.
“고속도로로 나가시오. 달리다 보면 차를 세워도 될 만한 곳이 있을 것이오. 그곳에서 크게 소리 내어 우시구려.”
이 또한 좋은 울 자리가 될 것 같다. 고속도로는 나중에 찾자.
오늘은 바쁜 일 속에 울 자리를 마련하고 응어리진 가슴을 달래야겠다.
정점길 (요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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