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지 말라더니, 이젠 낳으라고?”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나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등등 60년대 경제5개년 계획의 출발과 함께 등장한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와 쌍벽을 이루던 잘살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귀따갑게 들었던 구호들이다. 솔직히 말하면 애가 많아서 못사니 잘 살고 싶으면 애 좀 작작 낳으라는 말이었다. 아이들이 잘 먹고 잘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 때 정부는 애를 못 낳게 하기 위하여 온갖 꾀를 다 짜냈다. 가족계획협회라는 출산율 줄이는 것이 주 업무인 단체까지 만들어 피임약이나 도구를 길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나눠주고 예비군 훈련장에까지 찾아가 정관수술을 위한 수술용 버스를 들이대고 즉석에서 남성불임 시술을 공짜로 해주고, 모자보건법을 제정하여 느슨해진 법률을 빌미로 낙태를 만연시키고, 하여간 애를 못 낳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됐든 다 동원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의 효과인지 둘만 낳아 잘살려는 사람들의 선택 덕분인지 사람들은 갑자기 변해갔다. 아이를 하나만 낳은 사람은 앞서가는 깨인 사람, 시키는 대로 둘만 낳은 사람은 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유능한 사람, 셋, 넷, 다섯을 낳으면 미개인?외계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물질적 삶이 윤택해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이를 하나만 또는 둘만 낳은 자신의 훌륭한 선택의 결과라고 흐믓해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아이를 더 낳으라고 아우성이다. 아이를 적게 낳으면 많은 경제적 혜택을 준다고 내세우며 아이를 낳지 말라고 꼬셔대던 그들이 이번에는 아이를 낳으면 출산보조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겠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이 사회가 다 알아서 잘 키우도록 하겠다, 그저 아이만 낳아 달라고 안달이다.
셋째는 의료보험 혜택도 못주겠다, 셋째부터는 학비감면도 없다라며 냉혹하게 굴던 정부가, 이 사회가 애를 더 낳으라고?
2005년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홍콩 다음으로 낮게 조사됐다. OECD 국가 중에는 우리나라가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단다. 합계출산율이란 15세부터 49세까지 여성 한명이 평생가임기간 동안에 출산하는 평균자녀 수를 나타내는 지표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평생 동안에 평균 한명 정도의 아이만을 낳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1.08은 현재의 인구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인 선진국의 대체출산율 2.1의 반 정도밖에 안된다. 적어도 지금 대한민국의 인구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임 여성 한명이 적어도 평균 2.1명의 아이는 출산해야 하는데 그 반 정도 만을 출산하고 있으니 이대로 나가다가는 대한민국의 인구는 점차 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출산율이 증가되지 않는다면 종단에는 대한민국, 한민족의 대는 끊길 지도 모른다고, 나라의 존망이 달렸다고 정부가 대통령 직속으로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특단의 대책을 세운다고 난리가 난 것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에게 출산보조금을 몇십 만원 아니 몇백 만원주고,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여성을 위한 양성평등의 사회문화 조성이라는 거창한 구호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히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 국가의 발전을 위한 경제계획이 지상명제로 작동하고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삶의 목표로 세뇌된 우리는 그 속에서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혹은 젊은 세대들은 배울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저 우리는 학교에서 사회에서 더 많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방법에 대해서 즉 소위 성공하는 법에 대해서만 배워 왔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을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삶은 소득의 가치가 하느님 섭리에 의한 생명의 가치보다 앞서도록 했다. 무분별한 산아제한 정책은 생명의 탄생이 기쁨과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하도록 했다. 그 오랜 고통의 기억은 전하고 전해져 생명은 불편한 것이 됐다.
산업의 발달과 소득의 증대는 물질 만능의 가치관을 우리 사회에 팽배하게 하였고 거기에 우리를 물들게 하였다. 물질적 가치의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보다 생명보다 물질적인 풍요를 선택하게 했다. 물질적인 풍요는 사람을 물질에 가두고 눈멀고 귀멀게 하여 다른 생명을 거두어 보지 못하게 한다. 사람들은 하나의 생명으로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 이들에게 결혼은 때로 물질적인 성취의 장애물이다.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다. 아이보다 일을 더 사랑한다. 아이는 결혼보다 더 선택이 가능하다. 피임도 있고 낙태도 가능하니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정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저출산의 문제를 자꾸 돈이나 제도적 이익이라는 물질적인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어떠한 정책으로도 풀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생명의 주체로서 타인의 생명을 사랑해야 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를 생명으로 인식하고 사랑하고 그들은 또 그들의 분신이고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아이의 생명을 사랑해야한다. 아이의 생명은 사랑을 받으며 온전히 태어나야 한다. 비록 내 아이의 생명이 아니어도 우리는 사랑해야한다. 이렇게 사람이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으로서 서로 사랑할 때 생명 가치는 본래의 가치를 되찾아 물질의 가치에 우선하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생명이 이 땅에 자연스레 태어날 수 있어 저출산의 공포는 저절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첫째는 너의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코 12, 30)”
돈보다, 일보다. 물질보다 하느님을, 생명을 사랑하자!!!
김명희(생명윤리학 박사, 마취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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