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여 공주 지역을 답사하면서 관촉사를 찾았을 때 신도들의 소망을 담은 기와장의 글들을 보다가 어느 한 곳에서 발이 묶인 듯 읽고 또 읽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 OO아! 부디 부디 극락왕생 하여라. 보고 싶은 나의 아들 OO아! 하늘나라에 있는 내 아들에게 엄마가.”
어떻게 아들을 앞세워 보냈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식을 둔 아버지의 마음으로도 그 어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가 있었다.
하얀 물감으로 검은 기와에 육필로 쓴 이의 마음에 깊이 젖어들어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그 아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면서 나는 한 가정을 떠올렸다.
그 가정은 아침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인사를 하며 문간을 나서는 아들에게 “OO야 오늘 좋은 하루 되어라”하고 아버지가 안으며 등을 두드려주면 “네! 아빠도 좋은 하루 되세요”하고 아버지 볼에 입맞춤을 해주고 엄마가 옆에서 “나는 안 해줘?”하면 엄마와도 뽀뽀를 서로 나눈다.
이렇게 아침을 포옹으로 시작하며 서로를 축복해준다.
중학교 2학년이나 되는 아들이지만 조금도 쑥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들이 탄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길 때까지 서로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설령 그것이 이 세상 마지막 순간이 될지라도 후회 없도록…. 그리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는 가족들은 서로 오랫동안 그리던 사람을 만난 것처럼 똑같이 포옹하며 기쁘게 만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 또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년 전 한 사람이 법정 최후 진술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25년간 정치한다고 정신없이 살아온 지난 날을 돌이켜보면 단 하루도 가족들을 위해 헌신한 날이 없었다”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변의 세월,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가족들에게 헌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이영구 (ME 대구협의회 사도직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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