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차별적 살상
물론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국제 정세를 보면 분명히 미국이 호전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법하다. 특히 부시 대통령을 바라보는 제삼세계 시민들은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막강한 정치·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이중 잣대로 다른 나라들을 재단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각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레바논을, 민간인들까지도 무차별적으로 맹폭하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지지하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과격하게 말하면, 부시는 자국민의 안전과 생명 이외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명분이야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하지만 지난 며칠간 레바논을 쑥대밭으로 만든 공습은 무차별적인 살상에 속한다.
어린이들이 탄 차량이 폭격을 받고 식량을 운반하던 트럭까지 날아가버렸다.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한 레바논 어린이가 TV 카메라를 향해 울먹이며 말한다. “모두가 테러리스트는 아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변명의 여지는 없다. 오폭이 아닌 이런 살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침공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스라엘을 비호한다. 부시가 호전적이라면 이는 생명을 업신 여기는 행위이다.
인간 배아 생명은 존중
그런 부시가 다른 한편으로 인간배아의 생명권 수호에는 확고하다. 그는 냉동배아를‘입양’해 아이를 갖게 된 18 가족을 7월 19일 백악관으로 초청해 놓고 말했다.“배아는 생명체다. 잉여 부품이 아니다.”전날인 18일 미 상원은 63대 37로 줄기세포 연구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연방 정부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금지령을 완화한 것이다. 부시는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냉동배아 입양아들 앞에서 그는 이 법안이 “무고한 인간 생명(배아)을 빼앗는 것을 지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이는 우리 사회가 존중해야 하는 도덕의 경계를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를 보는 우리의 머리는 복잡하다. 특히 배아가 생명임을 강조하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해온 교회로서는 더욱 복잡하다. 배아의 생명권을 지키려는 부시의 노력을 우리는 높이 평가하며 지지한다. 그런데, 왜 배아를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부시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명에는 주의를 덜 기울이는가.
우리의 우려 중 하나는 그런 부시의 행동과 미국의 정책이 자칫 그 자체로서는 교회의 입장과 동일한 배아의 생명권에 대한 확신까지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남의 생명도 존중하길
부시의 역설을 보는 이들 중 어떤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남의 나라 국민들 목숨을 그렇게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배아의 생명에는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 배아는 고사하고 다른 사람들 생명이나 해치지 말라.”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정도 되면 자기 말과 행동에 일관성 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그리고 간절하게 바란다. 배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듯이 자국의 이익 추구만을 넘어서 남의 생명도 소중히 여김으로써 보편적 인간 생명의 수호자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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