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과 감리교 사이에 ‘의화교리에 관한 공동 선언’이 이뤄짐으로써 교회 일치의 여정에 또 하나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이러한 역사적인 자리가 한국에서 이뤄졌다는데 우리는 공동 선언 자체의 의미와 함께 또 다른 보람과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공동선언은 이미 1999년 독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거행된 서명식을 통해 가톨릭과 루터교 대표들이 이룩한 교회 일치의 성과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며, 궁극에는 모든 그리스도교 제종파와의 완전한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이정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제삼천년기를 앞두고 보편교회는 지난 천년기에 그리스도교 교회가 행한 분열의 죄악에 대해서 그 용서를 청한 바 있다. 그것은 하느님 앞에 한 형제로서 친교와 일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교회가 오히려 분열과 반목의 죄를 행했다는 참회의 몸짓이었다. 교회는 처음부터 그 죄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지금까지 교회 일치를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여겨왔다.
이미 루터교와의 공동선언에서부터 내재하고 있는 그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물론 오랜 일치 노력의 가장 커다란 성과라는 점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세상과 타 종교, 그리고 형제 그리스도교 교회들에게 전에 없이 넓게 마음을 연 가톨릭 교회는 이후 일치 운동 노력과 함께 타종교와의 대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 선언으로써 모든 교리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을 발견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일치로 가는 여정의 초석을 놓은 것이며, 지난 5백년 동안의 갈등과 반목의 관계를 해소하고 일치를 위한 큰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또 한 가지는 이른바 ‘기억의 정화’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루터교와의 공동 선언에 앞서 가진 알현에서 공동 선언은 “가톨릭과 루터교가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는 사랑과 일치의 증거자가 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기억의 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터교와의 공동선언을 통해 그 의미와 가치가 이미 확인된 이 공동선언은 이제 감리교와의 선언으로 양적으로 확대됐으며, 나아가 감리교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그리스도교들과의 대화와 공동 선언의 가능성으로 확장됐기에 이제 우리는 더 먼 일치의 여정을 향해 기도로써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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