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과 비료의 지원을 중단한 것은 매우 심각한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이러한 지적은 정계에서나 시민단체를 비롯해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누차 지적되고 있으며, 특히 북한에 대한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을 강조해왔던 교회로서는 지나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식량 및 비료 지원의 필요성은 정치나 외교 안보 등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인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북한에 대한 식량과 비료 지원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미묘하고 어려운 시점에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식량 지원을 중단한 적은 없다. 그 이유는 남한의 지원이 식량난으로 아사(餓死)의 위기에 빠진 북한 동포들을, 비록 제한적이라고 할지라도, 위험한 상황에서 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미사일 사태가 가져온 국제 정치와 외교관계의 위기 상황 안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생명줄 같은 식량이나 가을걷이를 하는데 도움을 줄 비료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국제 기구들은 식량 지원을 예정대로 계속할 계획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이나 UNDP, WHO,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들은 최근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 지역을 방문해 피해 현황을 집계하고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 지원에 나선다. WFP는 지난 5월 북한과 맺은 일상적인 식량 지원 프로그램 역시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호우로 10만톤 가량의 식량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WFP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번 홍수로 6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이들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떤 이유로도 대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일이지 지원 자체를 거둬서는 안된다. 북한이 외교 안보 차원에서 입장 변화만 있다면 대북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말이지만 이 순간에도 북한의 굶주린 주민들은 아사의 위기에서 고통 받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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