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심리 속의 도박성
요즘 부쩍 늘어난 도박장이 그리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사람은 원래가 도박적 성향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도박은 자주, 매우 자주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지적되곤 했었다. 다만 그 양상에 차이가 있을 뿐이었고, 정도와 수준이 문제였다.
사실 깊숙이 발을 담그지만 않는다면, 약간의 금전이나 경품은 항상 게임에 흥분과 재미를 더해준다. 한국인의 가장 대중적이고도 ‘전통적’인 놀이인 고스톱을, 손목을 때리며 쳐서야 무슨 재미가 있을까. 월드컵 축제 때도 적지 않은 직장인들은 점심내기나 ‘1만원빵’(1만원 내기) 같은 사소한 내기로 며칠을 즐겁게 지내기도 했다. 도박의 개념과 미묘한 경계선을 넘는 ‘내기’를 두고 뭐라고 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인간 심리에 도박에 대한 강한 이끌림이 항상 내재해 있고, 어느 사회든 도박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때가 없다고 해서, 또는 감칠맛 나게 가미된 도박적 요소가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도박 심리가 넘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에 만연한 도박병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이 도박병은 도를 넘어섰다. 관계 당국의 무책임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사람들이 조금만 오가는 길거리에는 예외없이 사행성 게임업소들이 들어섰다. 2005년과 2006년,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가게야?”하고 의아해하던 동네 주민들. 그들이 이 게임업소가 진실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깨닫기 시작했을 때, 이미 수많은 직장인들이 신새벽에 시뻘겋게 핏발이 선 눈으로 오락장을 나서고 있었다.
주부도박단이 사회문제가 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 일탈 주부들의 탈선행위였다. 전문 도박단의 범죄 수준의 도박 행위가 당국에 적발되기도 하고, 사회 상류층의 터무니없는 액수의 도박 행각이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들 역시 소수의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의 이 도박병은 차원이 다르다. 소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에까지 도박의 유혹은 파고들어 만연해있다. ‘타짜’들의 도박장은 일반인들이야 접근할 수도 없지만 이 가증스러운 게임장들은 오가는 동네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일찍이 하와는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의 도박을 불사했다. 애당초 하와가 들고 있던 패는 필패의 운명이었다. 하느님은 하와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모든 판돈을 돌려주고, 더 나아가 웃돈까지 얹어 주셨지만, 게임장들이야 어디 그런가. 수백만이든 수천만이든 일수불퇴고 패가망신이다.
신앙에 모든 것 거는 내기
승산이 없는 게임에 빠지지 말고 필승의 도박에나 관심을 갖자. 파스칼이 이르기를 믿음은 도박과 같다고 했다. 자신의 이승과 저승을 통째로 신앙에 올인하는 신앙의 도박에나 열심하자. 도박장에서 지면 돈 나가고, 열도 받지만, 하느님께야 패해 봤자 은총밖에 더 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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