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종착역 향해 걸으며 내세 계획하는 신앙인 되길
질병이 가져온 깁작스런 사망
필자가 속한 대학의 L교수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전화 연락을 받고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재차 확인을 해야만 했다. 고인은 이제 50대 중반의 나이로 필자보다 훨씬 젊고 건강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니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필자는 L교수의 전임학장으로서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유족들에게, 또 고인에게는 영원한 천상명복을 누리길 기원하면서 고인과 함께 한 지난 18년 동안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 본다.
남은 자의 추억에 묻힌 고인
첫째, 고인은 사무처장과 입학처장을 포함하여 다양한 본부 보직을 역임하면서 학교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사회과학대학장과 행정대학원장을 겸직으로 맡아 능력을 발휘하던 중 급서하여 학교로서는 훌륭한 행정전문가를 잃게 되었다.
둘째, 고인은 UFO, 역사, 주역, 일반상식을 포함하여 잡학에 도통한 만물박사로서 어떤 좌석에서도 대화를 주도한 달변가이기도하였다.
셋째, 그는 왕성한 연구 활동을 통해 무려 60여 편의 논문과 10여권의 저술을 남긴 열정적인 중견학자였다. 약 2주전에 필자는 그의 저서 중 한 권의 개정판을 받고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고인은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고인은 10여명의 박사와 수십 명의 석사들을 제자로 키워내고 이들의 취업과 사회 진출을 열정적으로 도운 인간미 넘치는 교육자였고 다른 교수들의 제자들이 부러워한 훌륭한 스승이기도 하였다.
넷째, 고인은 수년간 몸져누워 있었던 어머님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한 효자였다. 손수 어머님의 병 수발을 책임지고 학교에서도 시간에 맞춰 어머님을 보살피러 자택을 오가곤 하였다. 아마도 그 지극한 효심으로 먼저 저 세상에 가신 어머님을 따라 갔을 수도 있겠거니 생각해 본다.
끝으로 고인은 사람을 무척 좋아한 휴머니스트였다. 모든 사람들, 그 사람이 직원이든 동료교수든, 얼굴이 잘생겼든 못생겼든, 직업이 어떠하든, 학력과 재력이 어떠하든, 함께 잘 어울리는 인본주의자였다. 또한 고인은 거의 주선의 경지에 이를 정도로 취중에도 몸가짐을 올바르게 유지한 두주불사의 애주가이기도 했다.
고인의 영결식을 마친 오늘 연구실 창밖에는 고인을 그리듯이 장대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면서 죽음과 관련하여 얼핏 떠오르는 한 가지 단상을 피력해 본다.
재난으로 인한 준비없는 죽음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장마로 인한 자연 재해때문에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 역시 수십 명에 달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인재·질병들이 우리들의 죽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나 비행기의 추락이나 선박의 침몰처럼 순식간에 죽음은 우리를 덮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비극적인 죽음은 우리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일상화된 낙관론에 빠져 생활하기 일쑤이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 있다. 꼼꼼히 따져보면 우리 인간들은 하이데거가 말한 것처럼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인 것이다.
인생은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갖고 있다. 동시에 죽음은 저 세상의 시작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언제 죽을지도 모를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죽음을 맞는 신앙인의 자세
신앙인은 신앙인이기에 더더욱 내세를 설계하고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죽음이 닥쳐왔을 때 죽음을 한 시간만 아니면 일주일만, 한 달만, 일 년만 연기해 달라고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본인뿐만 아니라 본인의 사후 남겨지게 될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준비된 죽음을 맞아야 할 것이다. 엊그제 백명의 문인들이 미리 유언장을 써서 책으로 엮어 냈다는 신문보도도 죽음을 준비하는 훌륭한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방식이야 어떠하든 우리는 모두 죽음을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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