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핸드폰 수신함을 비우라는 권고 메시지에 지인들의 문자를 못 받을 것 같아 길을 가면서 한 문장씩 삭제하다 보니 잘못 눌러 보관하고 있던 모든 수신 문자가 다 날아가 버렸다.
불황으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어 너무 힘들 때 아내가 보내온 한 마디말, “당신 힘들어 하는게 내겐 가장 큰 고통이야. 돈 명예 건강 다 잃은건 아니잖아 힘내세요.”
지금은 최전방 철책선에 군 복무중인 아들이 예전에 보내온 사랑의 메시지, “새벽에 늦게 들어왔을 때 말없이 꼭 안아주시던 아버지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누님과 동생의 형제애 가득한 안부, 같은 이상향으로 살아가는 부부들의 소중한 나눔들은 언제고 다시 읽을 때 마다 힘이 되고 저절로 미소를 짓게 했는데….
나는 이메일도 오래 간직하는 편이다. 메일 창을 열면 ‘향기로운 님들의 편지’ 폴더에는 칭찬과 격려,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가 가득 차 있어 프리미엄 용량을 신청해 가면서 몇 년이고 간직한다.
덕스러운 말 한마디는 천년 만년을 간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내가 받은 그 특별한 ‘한마디 말’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말들에서 나는 진정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용기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열등감을 극복하는데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모른다.
오늘, 문자가 다 삭제되어버리고 나니 생니가 빠져버린 것처럼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안타까워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분들 마음은 내 기억에, 내 마음속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항상 빛을 발할 것이며 아침마다 귀하게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나는 또 소중한 이들의 마음들을 하나씩 하나씩 ‘수신문장 보관함’에 채워 나갈 테니까.
이영구(ME 대구협의회 사도직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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