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일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맞은 8월 15일은 교회의 전례력으로는 성모승천대축일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성모님에 대한 깊은 신심을 지니고 있으며 주보 성인으로 성모님을 모시고 있는 한국교회가 민족의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에 성모승천대축일을 지내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우리는 이 뜻 깊은 시기를 맞아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고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온전히 당신의 뜻을 맡기신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 신앙 생활의 쇄신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커다란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신 성모님이 하느님께로부터 불리워 승천하셨다는 것은 인간 구원의 표징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세상에서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신앙인들은 성모님처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일러주신다.
승천하신 성모님의 일생은 온전히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이다. 성모님의 최고의 덕은 바로 이처럼 하느님께 완전히 순명하는 자세이다. 오늘날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일상의 삶에서는 그분의 뜻을 온전히 따르지 않는다. 그러한 우리들에게 성모님의 온전한 순명의 삶은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성모승천대축일에 맞는 해방의 기념은 우리 민족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제의 억압에서 풀려난 우리 민족은 해방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도 못한 채 다시금 남북 분단이라는 민족의 비극적 상황을 겪게 되고 그 비극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은 그동안 나름대로 화해의 몸짓들을 멈추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갈등의 요인들은 여전히 남북 모두에게 남아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와 열강들의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 그리고 남북 모두의 깊은 성찰과 회개가 충분하지 못한 탓에 민족의 화해를 향한 길은 더 멀고 험한 것처럼 보이고 있다.
온전한 순명의 자세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살았던 성모님께 의탁하며, 우리 모든 한국교회 신자들은 일상 생활에서는 하느님의 법을 따르고, 민족의 화해를 위해서는 항상 기도를 잊지 않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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