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참례시 옷차림
매년 여름이면 간혹 일부 성당 문 앞에 조금은 전근대적인, 우려의 경고문이 붙는다. 소매 없는 상의를 입거나 샌들 차림으로 성당에 오지 말라는 주의이다. 노출이 심한 차림으로 성당에 오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말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릎 위로 한 뼘이나 올라간 미니 스커트에, 가슴이 보일락 말락하는 끈 달린 옷까지야 아니더라도 민소매 상의를 입고 미사에 참례하는 여성들을 심심찮게 본다. 가끔 어르신들은 눈꼬리를 올리시고 이들을 치켜보시기도 한다.
하기야 정장 차림이나 그에 준하는 점잖은 옷차림이 미사의 엄숙함에 어울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때로는 지나친 정장 차림을 강조하는 장엄함과 엄숙함이 축제 혹은 잔치로서의 미사 특성을 너무 가리지는 않는가 하는 경망스러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생각 자체가 어쩌면 시대의 변화를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출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시대를 거치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이다. 전에야 여성의 노출을 부도덕한 것으로 규정해 양가집 규수들이 얼굴까지 가리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서구화의 영향으로 이러한 인식은 조금씩 바뀌었고, 미니 스커트나 비키니 수영복이 등장했다. 길거리에서 단속반원들이 자를 재고 여성들의 무릎 위로 스커트의 길이를 재는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노출이란
그러나 지금에야 어디 그런가. 현대인들에게 벌거벗는 일은 이제 그저 부끄러운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 있게 노출하는 것이 자랑이고 남녀를 불문하고 노출을 위해서 몸짱을 만들려고 몸부림이다. 다이어트나 헬스나 요가나 그 직접적인 동기는 건강 외에 바로 노출이 아니겠는가. 노골적인 상업주의에 연결되어 때로는 지탄받기도 하지만 여배우들이 앞다퉈 펴내는 누드집은 우리 사회의 그런 심리를 상징한다.
의사들은 노출이 결코 비난할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낯선 사람들에게 자기 몸을 드러내려는 병적인 노출증이 아니라면 절제된 노출은 오히려 정신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노출은 자기애(愛)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노출을 조금은 너그럽고 관대하게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성경은 벗은 몸에 대한 부끄러움을 원죄의 부작용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를 아전인수로 해석해본다면, 그 수치심은 죄로 이끌리는 경향으로 인한 것이기에 병적이지 않은 노출,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의 발로에서 비롯하는 노출이라면 현대인들의 그런 심리에 조금 너그러워도 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건강한 육체 가꾸기
하느님은 사람의 영혼 뿐만 아니라 육체까지도 소중하게 여기고 다듬고 가꿀 것을 원하신다. 성형이나 미용에 대한 집착이나 성적 매력을 발산하고자 하는 이상 심리에서가 아니라, 질병 없이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운동하고 단련하는 것은 열심히 기도하는 것 만큼 하느님께 이쁘게 보일 것이다. 그렇게 건강하고 아름답게 다져진 몸을 적절하게 절제된 모습으로 노출하는 것이야 비난받을 일이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성당에서는 좀 감추자. 왜냐하면 ‘남들’이 분심 든다고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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