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존경회복캠페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얼마전 ‘존경회복캠페인’을 제안하면서, 관용과 인내가 넘치는 신사의 나라 전통을 되찾자고 했다. ‘영국신사’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 속의 신사나라인 영국의 총리가 제안한 이 캠페인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찾기 힘들고 최고위직에서부터 위 아래 할 것 없이 막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 때, 그 캠페인이 절실한 곳은 바로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존경회복 수준은?
예전에는 동네마다 그 동네의 ‘어른’이 제일 무서웠다. 그러나 수년 전, 길거리에서 담뱃불 좀 빌리자는 고등학생의 무례함을 야단치던 동네어른이 그 젊은이의 앙심으로 목숨을 잃는 신문기사로 동네어른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잘못된 사회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존경받는 ‘큰어른’의 꾸짖음에 벌떼처럼 달려들어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 네티즌의 과민반응에 우리 사회의 점잖은 ‘어른’의 숫자는 급감(急減)하고 말았다.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었던 ‘어른’들은 ‘어른’의 자리를 지키려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라 대부분 침묵으로 숨죽이고 있다. 나서지 않으면 그만이다. 한편 ‘어른’의 입지가 점점 작아지는 사이, 우리 사회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가고 말았다.
‘어른’이 보고 싶다. ‘어른’이 많은 나라가 건강해지고 세계의 존경을 받으며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게 될 때 ‘신사나라, 대한민국’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신사적이란 말의 의미
‘신사적’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품격이 있고 예의가 바르고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모양’을 말한다. 우리에게 절실한 덕목이다. 이 사회에 존경하올 어르신이 너무 없다 보니 모두들 젠 체하기 바쁘다. 함량이 한참이나 부족한 이들도 자기 뽐내기 바쁘고 잘난 체 하기에 정신이 없다. 자기가 최고라고….
말 그대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란 식이다.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고 ‘배려’는 잊은지 오래다. 나라와 나라의 벽이 점차 얇아지고 하나의 세계사회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옴을 실감하는 때이다.
자원도 넉넉지 않고 경제성장의 기대치도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가 세계사회 속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는 묘책은 없을까?
서울대 인재양성 방향
다행스럽게도, 8월 1일 서울대학교 새총장 취임식에서 우리는 한가닥 희망을 보게 된 듯 싶다. 이장무 신임총장은 취임사에서 “그동안 서울대는 지식함양에 급급한 나머지 실천적 지혜인 프로네시스(phronesis)를 터득하는데 소홀했다. 그리고 우수한 인재는 양성했지만 나누고 베풀고 희생할 줄 아는 리더의 육성에는 미흡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서울대는 현실에서 유리된 나약한 지성인이나 편견과 아집으로 굳어버린 편협한 지식인의 양성소가 아니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랑과 의무를 다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려는 의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 냉철한 이성으로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면서 주변을 배려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지도자의 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생과 봉사 아는 ‘참 신사’
결국 나약하고 편협한 지성인이 아닌 배려와 희생-봉사를 아는 참‘신사’를 배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진다. 서울대 발(發) ‘신사양성 프로젝트’가 대학은 물론 온 사회에 두루 전파되어 ‘신사’의 양산(量産)과 함께 혼탁한 세상의 맑고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해 본다.
예의 바르고 정이 넘치며, 속 깊고 따뜻한 한국인으로 우뚝서서 세계 속의 존경받는 ‘신사나라, 대한민국’을 이뤄 낼 때 우리의 내일은 희망으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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