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공연 매니지먼트와 월간 공연예술 관련 잡지를 발행하는 일에 매진할 때가 있었다. 가곡의 밤, 현대무용, 연주회 등 음악 예술가들을 위해 대관을 하고 무대를 준비하며 예매처 선정, 공연 리플렛과 포스터 제작, 언론사 취재 협조와 자료 제공, 후원처 확보, 공연 리허설 등이 모두 나의 책임 하에 집행되었고 공연은 늘 한 치도 차질 없이 진행됐었다.
기자들에게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일인지 꿈을 꾸듯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 하곤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삶의 윤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일이어서 몇 년만에 타의에 의해 그 일을 접어야만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부부일치를 위한 세계적인 운동 ‘ME’에 마음을 모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ME는 2박 3일간의 주말 이외에도 후속.부속 프로그램이 13개가 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계속 프로그램이 새로 마련되고 있다.
사도직 운용의 책임을 맡아 본당에서 쉼 없이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동료 부부들과 합심하여 매진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에서 과거의 그 일과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신청이 들어오면 그 본당의 주관자와 수십 차례 접촉을 한다. 실시 하루 전날은 현장에 가서 강의실을 프로그램에 맞게 세팅하고 음향 시설을 체크하며 플래카드와 모든 디스플레이까지 마친다. 당일도 꼭 참석해 발표를 마치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가톨릭 관련 언론사에 자료를 보내는 일까지 예전에 하던 일과 비슷하다.
하지만 복음사업의 일환으로 부부일치라는 ‘아름다운 운동’ 에 나름의 생업을 하면서 봉사에 임하고 같은 이상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수십, 수백배의 기쁨이라고 확신한다.
한 인간의 삶은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되돌아가는 근본적인 여정이며 이 세상에 소명을 받은 파견이자 하느님께로의 부르심이니 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길은 파견의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는 말을 가슴에 되새기며...
이영구 (ME대구협의회 사도직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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