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최근 독일의 TV 방송사와 교황 즉위 이후 처음으로 대담을 가졌다. 이번 대담은 교황의 고국인 독일 순방을 앞두고 마련된 것으로 평소 교황이 자주 언급하던 주제들을 종합적으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대담은 매우 다양한 주제를 화제로 삼았다. 독일 순방을 앞둔 대담이니만큼 독일 교회의 현황과 그에 대한 교황의 견해들을 비롯해 오늘날 세속화된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교가 어떤 자세와 입장을 가져야 할지,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이른바 제삼세계 교회의 소명과 역할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논의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신앙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교회 안에서 그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유럽교회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설명이다. 교황은 오늘날 독일교회와 유럽교회가 신앙과 하느님에 대해 냉담한 현실임을 분명히 지적한다.
하지만 교황의 대담을 통해 볼 때, 유럽교회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최근 들어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영적 갈증과 욕구이다.
교황은 이미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항아리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비록 인류가 믿음의 샘으로부터 물을 길어마시지 않는다고 해도 항아리에 가득 차 있는 물을 우리는 언제든 마시고 갈증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유럽사회에서는 새로운 영적 욕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교황의 설명이다. 세속화된 세상에서 하느님을 믿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사회에서 새롭게 일고 있는 영적 욕구는 신앙의 부흥을 전망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영적 욕구를 자극하는 것은 다른 문화들, 즉 여전히 하느님과 신을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문화는 유럽 사회에 이러한 신앙의 부흥을 더욱 고무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유럽교회가 중요한 것은 그 풍부한 전례와 신앙생활, 일치운동 등 그리스도교 전통의 중요성과 관련된다. 유럽은 지난 천년기의 풍성한 전통과 체험을 통해 세계교회에 여전히 기여하고 있으며 이런 기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삼세계의 복음화가 중심으로 떠오르는 제삼천년기에도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결국 세계교회는 서구교회와 제삼세계 교회의 왕성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더욱 풍성하게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특히 한국교회는 이러한 세계교회의 현황에 대해 숙지하고 서구교회와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통해 미래 교회의 주역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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