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ME 만남의 집 사무원이 여느 때 처럼 출근해서 무심히 작은 대문으로 들어서려는데 누군가 등 뒤에서 지켜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뒤돌아 보는 순간 전율을 느낄 만큼 깜짝 놀랐는데 검은 비닐 봉지에서 루르드의 성모상이 상체를 절반 쯤 드러내어 바라보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예의 성모상 얼굴을 바라보자 가슴이 찡하고 저려왔습니다.
1960년대 후반 온 가족이 입교한 후 어머니가 처음 모시고 왔던 것과 똑같은 성모상이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거룩한 곳에 모셨고 이사 다닐 때마다 가장 먼저 가시고 늘 품에 안겨 옮겨지던 성모상이었는데… 누군가의 집에서 긴 세월, 얼마나 많은 기도를 주님께 전해주시느라 그랬을까 성모상은 빛이 많이 바래 있었습니다.
어떻게? 누가? 이 성모상을 이곳 대문 앞 가운데 모셔 두고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지고 우노 야스토시 라파엘 신부님의 ‘성모 마리아의 교향곡’ 중 ‘고아가 된 성모 마리아’에서의 메모가 생각났습니다.
“사정이 있어 이 성모상을 더 모실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허술하게 모셔서는 안되니 누군가 신자분이 받아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라는 편지와 함께 성모상을 두고 떠난 사람의 이야기를….
깨끗이 닦아드리고 마침 성모상이 없었던 경당 십자고상 곁에 모시고 기도를 드린 후 성모님 얼굴을 바라보니 “고맙구나 내가 머물고 싶은 곳으로 나를 데려와주어서…”라고 말씀하시는 듯 환한 웃음을 가득 머금고 계셨습니다.
“성모님 저희에게 오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성모님을 환영합니다!”
이영구(ME 대구협의회 사도직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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