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스스로 ‘가치’ 훼손 말아야
최근 서울의 한 부촌에 위치한 외국인의 집 냉동고에서 유기된 영아가 2명이나 발견된 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이번 사건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집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수사를 위한 접근이 매우 어려운 형편인 것 같다. 이러한 복잡한 수사 여건 속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져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유전자 검사’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신분을 밝히기 위해서 수사당국은 초기시점에 최첨단 수사 방법인 유전자 검사를 했다고 한다. 대관절 유전자 검사가 뭐길래 무고한 아이들의 생명이 처참히 짓밟히고 유린되고 생명의 가치를 땅바닥에 패대기친 이 중차대한 사건의 열쇠로 등장했는가?
인간은 수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세포의 종류는 수백 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비록 수백 종류의 수조개의 세포가 인간을 구성하고 있더라도 모든 세포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갖는다. 그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는 세포질과 핵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세포가 우리 몸의 어느 구석 어느 곳에 있다할지라도 모든 세포의 핵질에는 각각의 부모의 생명으로부터 물려받은 즉 유전된 세상에서 유일한 물질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염색체라 불리는 이 물질은 수정에 의해서 반은 아버지로부터 오고 반은 어머니로부터 온다. 이는 수정란이 비록 한 개의 세포로 보일지라도 어머니, 아버지 두 사람으로부터 모든 것을 온전히 물려받아 담고 있는 생명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이다. 이러한 염색체는 사람의 경우 아버지로부터 온 23개의 염색체와 어머니로부터 23개의 염색체가 유전되어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부모로부터 온 것이 쌍을 이루어 있어 23쌍으로 존재한다. 염색체들에는 인간을 구성하고, 인간을 인간으로서 기능을 나타내게 하는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 검사란 이 염색체와 관련된 검사를 하는 것이다. 특수한 과학적 실험 기법을 동원해 염색체의 개수, 모양, 구성 등을 파악하여 부계 확인, 모계 확인 등과 같은 친자확인이나 특정 유전질병 등의 예측에 사용되고 있는 검사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유기된 아기들의 몸에서 세포를 채취해 염색체 46개를 검사하고 아버지로 추정되는 이의 또는 어머니의 염색체 46개를 검사하여 비교함으로써 부계와 모계를 밝히는 일종의 친자확인 검사를 한 것이다.
진실을 규명하는 데에 예전과는 달리 유전자검사와 같은 과학적검사 방법들이 사용되는 것은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을 규명하는데 있어 과학적 검사를 통한 객관적 사실을 규명하는 것만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전부는 아닐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누구인가를 규명하는 데에는 유전자 검사가 큰 역할을 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왜 범인들이 그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는지, 무고한 두 아이들의 생명을 잔인하게 죽음으로 몰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땅 바닥에 패대기치도록 했는지에 대한 범인들의 심리적.사회적 배경에 대한 규명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끔찍한 일이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유전자 검사와 같은 과학적 검사와 못지않게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생리적인 현상만을 나타내는 유기체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유전자 검사로 규명이 가능하지 않은 각자의 고유한 영혼을 지닌 하느님의 형상을 닮아 하느님의 숨길로 태어난 존엄한 존재이다.
이러한 존엄한 생명의 존재에 관련된 일들에 관하여 유전자 검사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적 가치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우리는 유전자 검사가 가지는 제한적 성과에 의존하기보다는 인간이 스스로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실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진실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밝혀지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죄에 대하여 진심으로 회개하는 마음에 의해서 밝혀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처참하게 죽어갔을 아이들을 위해 또한 이 땅에 다시는 이와 같은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할 것 같다.
(김명희. 생명윤리학박사.마취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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