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가게 문을 여는데 “이 집 옷을 제가 보관하고 있습니다. 내일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씌어진 종이를 발견했다.
그제서야 간밤에 가게 문을 닫으며 윈도우 바깥에 내 걸었던 블라우스 석장을 깜빡 잊고 그냥 간 것을 알았다.
도대체 어떤 분일까? 궁금하던 차에 50대 후반의 마르고 창백하지만 은은한 미소를 지닌 한 부인이 옷을 들고 가게 문을 들어섰다.
“남편이 물건 잃어버릴까 가지고 왔다가 편지 갖다 놓으러 또 집을 나서더니만 오늘 아침에는 옷이 마음에 드니 값을 물어보고 이 옷 석장을 다 사오라고 하시는데 두장만 사겠다”고 하며 2장의 블라우스 값을 내어놓는 것이었다.
그 부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밖을 내다 본 아내는 그 부인의 남편이 어떤 분인지 무척 궁금해했다.
몇달이 흘러 어느 날 한 부부가 가게 문을 들어섰을 때 아내는 깜짝 놀랐다. 부인은 그때의 그 부인인데 남편은 평소에도 혼자 오시던 고객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그분은 자신의 선행을 전혀 말하지 않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기에 더욱 놀랐다.
유독 추웠던 지난 겨울 “주위 사람들 나누어 주려고 그런다”며 방한용 타이즈를 몇 개나 사가던 바로 그분이었던 것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분은 부사관으로 평생 군에 몸담았던 분이었고 이젠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노라며 소박한 미소를 지으셨다.
온갖 ‘이야기’들로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이런 이웃들이 계시기에 우리가 앞으로 맞을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희망에 가득 찬 나날일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이영구(ME 대구협의회 사도직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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