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는 매년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지내고 있다. 한국교회는 순교성인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교회이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어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앙으로 하나 뿐인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지라도 신앙을 지켜나갔으며, 그 숭고한 정신은 그대로 우리 한국교회의 영적 자양분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져오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한국교회 200주년을 맞아 지난 1984년 103위의 성인이 한꺼번에 이 땅에서 탄생하는 영광을 맞기도 했다. 또한 초기 교회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노력을 우리는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우리 신앙의 후손들은 이러한 순교자들의 넋을 이어받아 오늘 우리의 모든 일상 삶 안에 되살려 순교의 정신을 구현해야 하는 소명을 갖고 있다.
그것은 조선 땅에 성직자도 없이 평신도들 스스로 복음의 씨앗을 받아들인 한국교회의 독특하고도 자랑스러운 전통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들을 과연 이러한 신앙 선조들의 높은 기상과 지혜, 굳건한 신앙과 영성을 얼마나 이어받아 삶으로 실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 천주교회가 70년대와 80년대에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지금의 한국교회의 모습으로 발전했지만 과연 그에 걸맞는 내적, 영적 성숙을 이뤘는지에 대해 적지 않은 이들이 깊은 성찰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는 매년 돌아오는 9월 순교자 성월을 다시금 우리 신앙을 새롭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지 일회적인 기념행사들을 아무런 삶의 변화와 실천 없이 치러내는 그러한 무의미한 시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내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우리 자신들은 물론 가족과 공동체, 우리 사회 전체에 순교자의 정신이 깃들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리는 기도 생활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외적 활동이나 실천도 기도의 내적 힘이 없다면 그 의미를 잃기 쉽다.
아무리 화려하고 장엄하게 순교자 현양 행사를 치러낸다고 해도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 속에서 기도를 통해 순교자의 정신을 되살리려는 각오와 다짐이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참된 순교자 현양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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