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의 생명도 똑같이 중요해”
며칠 전 매스컴에 발표된 파룬궁 수련자 장기적출 의혹과 관련된 기사를 보고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전 캐나다 국회의원 데이비드 킬구어와 국제 인권변호사인 데이비드 마타스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들의 장기적출과 관련한 진상을 조사한 후 지난 7월 6일에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고 한다.
그들의 보고서에 의하면 파룬궁 박해 전 5년 동안 중국에서의 장기이식수술 건수는 1만 8500건이었는데 박해가 시작된 2000년부터 2005년 6년 동안에는 그의 4배 이상이 되는 약 6만여건에 달했다고 한다.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기록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5년 동안 집행된 사형수의 숫자는 116명에 불과하여 사형수에 의한 이식용 장기의 제공은 6만여 건의 장기이식수술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대량의 파룬궁 수련자들로부터 적출된 심장, 신장, 간장, 각막 등의 장기는 고가로 팔렸고, 때로는 외국인들에게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에서는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중국에서는 바로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반인륜적으로 적출된 장기를 이식받은 외국 사람들 중에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대한이식학회의 발표에 의하면 중국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 환자는 1999년 2명으로 시작해 2004년 124명으로 급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학회에서 파악하지 못한 환자들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어진다.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 마당에 있어서 사형수로부터 장기를 적출해 팔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장기이식을 위해 장기를 구하는 문제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구하는 것이나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장기를 구하는 것 모두 많은 윤리적, 의학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장기이식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뇌사자로부터 장기기증을 활성화시키는 일이나 살아있는 사람들로부터 장기를 기증받는 생체기증의 장려 등과 관련한 문제들은 신중하고도 조심스레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장기이식을 위하여 장기를 구하는 일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이루는 인간존엄성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장기를 기증하는 기증자와 삶과 죽음과 그 가족의 명예와 인권, 살아있는 장기 기증자의 경우 기증자 자신의 생명이 결려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장기의 일부 적출이 장기를 제공하는 사람의 건강에 위해하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으나 장기적출 수술로부터의 완벽한 안정성은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일이며 때로는 장기 제공을 위해 수술대에 올랐던 기증자들이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사망하기도 하는 보고를 찾아볼 수가 있다.
최근 정부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많으나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해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서 중국으로 가는 환자는 급속히 늘고 있고 때로는 불법적인 장기매매가 발생하는 등(최근에도 장기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장기매매자의 사진을 환자의 친척 주민등록증에 붙여 위조하여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제출하고 수술을 한 사건이 있었다) 장기이식을 위한 장기 확보와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이식용 장기의 구득(求得)이라는 장기이식의 수요 측면에서 만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윤리적 근본 문제가 무엇인가를 적절히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이식과 관련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단지 이식용 장기 구득(求得)의 간소화와 극대화가 아니라 현재 수천만원에 달하는 장기이식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등 경제력에 의한 이식기회의 불평등성, 수백만원에 이르는 장기이식 조정비용의 불합리성, 살아있는 장기 기증자들의 기증 후 후유증에 대한 대책들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장기이식을 받아야하는 환자들도 이 땅에 하느님 생명으로 왔지만 장기를 기증하는 뇌사자나 살아있는 기증자들도 단지 이식용 장기의 제공자가 아니라 이 땅에 하느님의 아들.딸로 온 생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형제를 없애야 하는 이 마당에 이웃나라의 일이기는 하나 사형수의 장기가 적출되어 팔리는 이 현실을, 장기이식을 위해 중국으로 원정가는 이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기도해야 할 것 같다.
김명희(생명윤리학 박사.마취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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