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고마움을 느끼며 사느냐에 따라 얼마나 평화로운지 행복한지가 결정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장거리를 가는 손님에게만 감사하는 택시기사가 있다면 그 기사는 하루 종일 편한 마음을 갖기가 힘들 것이다.
또 비싼 갈비 드시는 손님에게는 고마움을 느끼고 갈비탕 시키는 손님은 서운하게 생각한다거나, 비싼 회 시키는 손님과 회덮밥 시키는 손님을 달리 생각한다면 그 식당 주인은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고마움의 커트라인이 너무 높아서 스스로 불편을 불러 온 것이다.
나의 택시를, 나의 식당을 이용하는 모든 손님에게 감사한다면 우선 내 마음이 편하고 즐거우며 나아가서는 손님께도 그 감정은 전해진다.
왜 스스로가 불편해지게 고마움의 커트라인을 올리는가? 내리자, 크게 내리자. 혹시 커트라인을 없애버리면 안될까?
월남전 때, 지뢰 폭발로 두 팔과 두 다리를 잃은 미군 병사가 있었다. 병원에서 의식을 찾고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단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본 의사와 간호사, 동료들이 오히려 당황했다는 얘기다. 그 병사와 침대 옆에 멀쩡한 두 다리로 서서 지켜보는 나머지 사람들의 고마움에 대한 커트라인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 병사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있을 때, 나머지 사람들은 ‘저렇게 사느니 차라리…’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얼마나 큰 차이인가?
또 다른 얘기 하나. 구두 닦는데 1500원 하던 시절의 일이다. 구두닦이 소년이 워낙 성실하고 기특해서 어느 날부터 2000원을 내고 거스름돈 500원을 받지 않고 수고했다며 그 소년에게 주었더니 너무 고마워했다.
그러기를 한, 두달이 지난 어느 날, 이제는 그 소년의 고마움이 당연함으로 변해갈 즈음, 주머니에 500원짜리 동전이 있어서 1500원을 주었더니 소년의 표정이 갑자기 시큰둥해 지는 것을 느꼈다는 얘기다.
상대의 감정은 스치고 지나가면서 눈인사만 해도 전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고마움’에는 겸손이 배어나고 ‘당연함’에는 뻔뻔함이 묻어난다고 한다.
문득, 모든 신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제들의 ‘고마움 커트라인’이 궁금하다. 영명축일 등 신자들의 축하를 받을 일이 있을 때, 축하의 뜻을 전하는 신자를 고마운 신자들로 여길까 아니면 당연하다고 여길까?
사제의 ‘고마움 커트라인’에 따라 신자들은 본의 아니게 고마운 신자-당연한 신자-서운한 신자-괘씸한 신자의 그룹으로 나눠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지럽다.
‘나에게 웃음을 보이는 사람은 고마운 사람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당연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그룹도 있고 반면, ‘나에게 웃음을 보이는 사람은 당연한 사람이고 오히려 그렇지 못한 사람은 괘씸한 사람이다’라고 여기는 그룹도 있다.
생각 속 고마움의 커트라인이 달라서 생기는 일이다. 종종 전화로라도 안부를 묻는 사람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과 고맙다고 여기는 사람의 차이 또한 큰 것이다.
고맙다고 여기는 사람은 전화하지 않는 사람들을 당연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시간을 내서 전화를 할 수도 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화하지 않는 사람을 괘씸하게 생각하고는 전화 오기를 기다리기만 한다.
결과도 다르고 객관적인 평가도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전자(前者)를 부드럽고 조화로운 사람으로, 후자(後者)를 까다롭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평가한다.
오늘 아침 이렇게 눈을 뜨게 해 주심에 감사하자. 오늘 저녁 이렇게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게 해 주심에도 감사하자. 세상 모든 일에 감사하자.
얼마 만큼 이상이라야 감사한가? 고마움의 커트라인을 없애버리면 안될까? 모두가, 모든 일이, 무엇이든지 감사하면 어떨까?
주님께 감사하고, 사제-수도자에게 감사하고, 부모에게 감사하고, 가족에게 감사하고, 친척-친지에게 감사하고, 이웃에게 감사하고, 죽은 영혼에게도 감사하고…. 해-달에게도, 비-눈-바람에게도, 나무-풀-꽃에게도 감사하고….
고마움의 커트라인을 없애는 바로 이 순간, 우리는 비로소 온전히 평화롭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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