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세달 전부터 매주마다 본당 공지사항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해당이 없는 먼 일처럼 여겨졌던 일이었다. 하지만 항상 뒷전에서만 바라보고 부러워하는 나를 불쌍히 여기셨던지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가슴 벅찬 기쁨과 사랑을 듬뿍 채워주셨다.
신자가 아닌 장부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들로 성당의 행사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 행사에는 장부의 허락도 없이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덜컥 신청부터 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느님! 뒷일은 하느님 당신께서 알아서 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응답해 주실 때까지 매달리고 떼쓰렵니다’라고.
하루하루 날짜가 다가와도 걱정이 되지 않았던 것은 하느님께서 분명 나의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는 믿음 하나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주신 자매님들의 끈질기고 정성어린 합심 기도 때문이었다.
성지순례일이 다가와 나는 장부에게 전화를 했다. 점심은 맛있게 드셨는지 여쭤보며 조심스레 성지순례 이야기를 꺼내 보았지만 신자가 아닌 외인인지라 장부는 나에게 성지순례가 무엇인지 듣고 나서는 마구 화를 내기 시작했다. 물난리 속에 무슨 성지순례냐고 성당에 전화해서 따져야겠다면서 무조건 가지말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또 다시 기도했다. ‘하느님! 하느님! 알아서 해주실거죠? 도와주실거죠?’
다음날 장부에게 전화가 왔다. 그렇게 화내며 못 가게 하던 그가 성지순례를 같이 갈 것이라 말하셨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소식을 듣고 수녀님께서 연락을 해오셨다. 두 세달 전부터 미리 준비되었던 행사인 탓에 갑작스럽게 결정된 장부의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는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그리고 결국 신부님의 말씀처럼 가정의 평화를 우선하는 하느님께서는 나의 가족에게 성지 순례 참여를 허락해 주셨다.
감사 또 감사의 기도 속에 나의 가족은 성지순례를 떠나게 되었고 평상시와 달리 가족의 일에 함께해 준 장부의 행동에서 나는 또 다시 하느님의 위력을 맛 볼 수 있었다. 성지순례기간 내내 천호성지에서 십자가의 길을 하는 동안에, 도보 중에도, 미사참여와 가족행사, 레크리에이션에서도 장부는 외인이 아니고 정말 신자로 착각할 정도로 즐겁고 열심히 참여하셨다.
가족도보 성지순례는 나에게 우리 가정의 충만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 여정이었다. 또한 순례 후 돌아와서 점차 삶의 방식이 바뀌는 장부를 보면서 기적이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삶 안에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먼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나의 가정이 성가정이 되길 기원하였다.
김달자(마리나.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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