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주님 창조사업의 연장”
2004년 주교회의 생명31운동본부는 활동 목표를 ‘생명, 하나 더!’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최근에 열린 생명 31운동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이 표어를 떠올렸습니다. 이유는 사회 전체에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고, ‘생명, 하나 더!’란 표어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1960년대 이후의 정부 관심사는 ‘경제성장’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시의 개념으로는 ‘생명, 하나 더!’는 다만 나라의 짐으로 여겨졌을 뿐입니다. 인간은 경제성장보다 훨씬 높고 귀한 존재로서 결코 경제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는 인간마저도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삼고 말았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한 산아제한
그래서 경제성장을 위한 일환으로 ‘생명, 하나 덜!’을 추진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1960년대에는 “세살 터울 셋만 낳고 35세에 단산하자”(1966)고 홍보했고, 1970년대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1)고 했습니다. 그래서 1984년 합계출산율이 2.1로 떨어졌고, 1985년 낙태는 150만 건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1987)고 했고, “사랑모아 하나 낳고 정성모아 잘 키우자”(1989)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아기 울음소리는 급격히 줄고 인구 고령화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한 출산장려
이제, 우리나라는 온통 저출산·고령화의 해법으로 출산장려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부만이 아니고 기업과 노동계,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이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를 통하여 중지를 모아 합의하였고, 이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출산장려의 근본 이유가 바로 경제성장입니다. 한 때는 경제성장의 이유로 산아제한을 하였고, 이제는 경제성장의 이유로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모순을 범하고 있습니다. 천주교회도 출산을 장려합니다. 그런데 천주교회가 출산을 장려하는 근본 원인은 경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 자체에 있습니다. 인간이 바로 최대의 자원이요, 하느님의 가장 귀한 선물이기 때문이며, 출산은 하느님 창조사업의 계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정부가 산아제한을 추진 할 때에도 줄기차게 교회는 출산을 장려하고 책임 있는 부모 역할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교회는 변함없이 출산을 장려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뒷받침을 하려하고 있습니다. “생명, 하나 더!”는 바로 그러한 교회의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자녀
무엇보다도, “생명, 하나 더!”에는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드리는 청이 담겨 있습니다. 성조 요셉의 이름에는 아기를 낳지 못하던 라헬이 아기를 낳으면서 갖은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라헬은 오랫동안 자식 없이 고생하다가 하느님이 태를 열어주셔서 임신하여 아들을 낳습니다. 라헬은 자식 없는 서러움이 얼마나 컸으면, 아들의 이름을 “아들을 하나 더 보태주셨으면!”(창세 30,24) 하는 소망을 담아 ‘요셉’이라고 지었겠습니까?
1997년에 도쿄에서 재일교포들을 위한 미사가 끝난 후, 한 자매가 저에게 면담을 청하였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일본에 와서 일본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는데 7년이 지나도록 아직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훔치며 기도를 청하는 교우를 위하여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였습니다.
기도가 끝났을 때, 또 한 자매가 다가와 자기를 위해서도 기도해달라고 무릎을 꿇었고, 거듭 자비를 하느님께 청했습니다. 그리고 근 1년이 지난 뒤 성탄 때 카드를 받았습니다. 기도를 청했던 그 두 교우가 모두 딸을 낳았다는 감사의 인사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감사의 인사를 받으실 분은 제가 아닌 하느님이 아니시겠습니까?
송열섭 신부 (생명31운동본부 총무.청주교구)
■ 그동안 집필해주신 김명희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 주교회의 생명31운동본부 총무이신 송열섭 신부님(청주교구)께서 집필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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