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을 일으켜세운 세월 30년. 꽃동네가 30주년을 맞았다. 한 사람의 사제와 한 사람의 걸인이 만나 시작된 30년 사랑의 역사는 비록 약간의 시련이 있었다고 해도 그 아름다움이 퇴색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지나온 지난 수십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역사였다. 전쟁과 가난, 억압과 저항으로 점철된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가난한 이들을 돌보기에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못했고,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약하고 힘없는 이들은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이 없어 거리에서 쓰러지고 있었다.
바로 그러한 때 꽃동네는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사랑의 손길을 펼쳤고, 지금까지 30년 동안 끊임없이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왔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꽃동네는 5칸 짜리 ‘사랑의 집’으로부터 시작해 부랑인 요양원, 정신병 요양원, 결핵 요양원, 노인 요양원, 인곡 자애병원 등 복지시설들을 세웠다. 또 사랑의 연수원, 현도사회복지대학교 등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키워주는 교육사업에도 나섰다.
꽃동네는 의지가지 없는 이들의 마지막 쉼자리이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에 사랑과 봉사의 참 의미를 일깨우는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매년 꽃동네를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그럼으로써 이웃에 대한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을 체험하는 이들만 해도 80여만명이 넘는다. 꽃동네에서의 사랑의 체험은 우리 이웃에 대한 봉사의 누룩이 됐고 그 체험을 통해 우리 사회는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비록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결코 가톨릭 신자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톨릭교회를 몰라도 꽃동네는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헌신을 교회의 울타리 밖을 넘어 세상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꽃동네가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더욱 긴요하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심지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마저도 경제적인 효율성에 의해 판단되곤 한다. 가진 것으로 인간이 판단된다.
그런 시대에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고,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누가 된다고 생각되기도 하는 그런 가난한 사람들의 가치와 존엄성은 갈수록 소홀히 대해지고 있다.
꽃동네는 그런 우리 시대와 사회에서 전하는 복음의 메시지이다. 그것도 간절하고 감동적인 사랑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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