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려도 그들은 행복했어요”
7월 31일부터 8월 14일까지, 15일 간의 봉사 활동은 나에게 그저 15일이란 한정된 시간으로 느껴지기보다 내 평생에 잊지 못할 순간들의 연속이라 부르고 싶다.
내가 간 곳은 필리핀 네그로스 섬에 있는 ‘바콜로드’라는 곳이다. 공항에 도착한 지 1시간 후 버스를 타고 돈보스코 리트리트 하우스에 도착했는데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친근하고 깨끗한 곳이었다.
우선 필리핀에 처음 도착하면서 처음 느낀 감정은 연민이었다. 바콜로드 공항을 나오자마자 본 구걸하는 아이들, 쓰러져 가는 집들을 봤다. 이런 풍경들을 직접 보니 진정한 봉사 목적을 찾은 것 같았다.
봉사 활동은 시멘트 가루를 옮기는 것으로 시작됐다. 일하며 힘이 되었던 것은 지나가던 수십 명의 필리핀 현지 주민들이 우리를 구경하러 와주었다는 것이다.
다음날, 일하는 곳까지 40분 정도 걸어갔다. 그날은 낡은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그 밑에 돌을 손으로 파내는 작업을 했는데 마치 생태계 탐험을 한 것 같았다. 중간의 간식 시간에는 필리핀 사람들에게 보이기 미안해서 구석자리에 모두 숨어서 간식을 먹었다.
3일후 나는 의료팀에서 일하게 됐다. 이틀 동안 거의 170명 가량의 환자들이 찾아왔고 원장 선생님께서는 힘든 기색 한번 보이지 않으시고 성심껏 진료해 주셨다.
내 주위의 사람들이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 또한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고 내가 주는 작은 봉사가 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유학 생활로 배운 영어로 통역을 맡았는데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가장 자랑스럽고 보람찬 일이었다.
봉사를 하려고 필리핀으로 왔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더 얻은 것이 많았고 배울 것도 많았다. 나의 가족, 환경 모두 감사해야 함을 느꼈다. 그곳의 사람들은 다 쓰러져가는 집이 있어도, 큰 병이 있어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해도 그들만의 행복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발견한 가장 놀랐던 점은 하느님의 전능하심이었다. 매일 미사를 드리면서 성체를 모시고 하느님께 저녁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이 나에게 익숙해지면서 정말 다시 한 번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같이 고생했던 신부님, 수사님과 모든 봉사단 식구들께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다.
성현수(미국 앨러배마 주 Indian Spring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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