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세 번째 안식년에서 마지막 두 달을 알프스의 서막을 울리는, 남부 독일의 평화로운 전원도시에 머물렀었다.
이곳엔 31년 전 친구가 있었으며, 나의 담소한 인생수업이 있었다.
친구는 뮌헨에서 10여년 해온 의사생활을 거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아이들을 낳고 모자(母子)관계의 1차원적인 책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 가질 수 없는 당시 상황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후 15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이 자라는 비례만큼 조금씩 일을 시작했었고, 몇 해 전 동업으로 완성된 병원에서 의사와 어머니와 아내로 책임을 순명하는 친구다.
말은 쉽지만 그 동안 주어진 대로의 삶을 책임지기에, 그 어여쁜 노력과 인내에 대하여는 열흘밤을 지세도 다할 수가 없다. 그렇게 정성스러운 성심(聖心)으로 하늘이 주신 삶을 지키고 살아낸 친구다.
18살이 안된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 아직도 주일에 사흘 일하고, 사흘은 장보고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살림하고, 남는 하루는 조용한 일(환자 상담기록 분석 등)과 만남과 감사로 보낸다.
여릿하고 고운 이 친구에게, 삶에서 선택은 절대책임이었고, 이 책임은 엄격하고 무서운, 고행을 이겨내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책임을 다한 고행 뒤에는, 두고두고 헤도 좋은, 많은 별 같은 이야기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래서 이 빛은 많은 이들을 감탄시키고 행복하게 했다.
이미재(청주대학교 예술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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