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등쳐먹은 ‘바다이야기’ 책임질 사람이 책임져야
‘바다이야기’가 처음 신문 등 언론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고 나서야 그곳이 사행성도박의 현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수족관이 없는 희한한 횟집으로 알았던 ‘바다이야기’가 일반 서민들의 등을 쳐 먹으며 24시간 영업하는 도박장이었음을.
무분별한 도박장, 사행성 부추겨
전국적으로 대략 2만5천개의 성인 PC방, 사설 카지노바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도박장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고 단시간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어들인다고 한다. 거기에 국민의 사행심을 부추기는 경마, 경륜, 경정 등과 같은 사행산업에다가 일일이 세기도 힘든 많은 종류의 복권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전 국토의 도박장화가 가속도를 내면서 진행되는 꼴이다. 이 때문에 어느 새 동시에 3백만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도박중독이라는 중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바다이야기’ 파문은 시간보내기용 심심풀이 놀이(Play) 기구가 일확천금의 요행을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사행성 도박(노름)기구로 탈바꿈하고 그 과정에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 상품권 제작업체 선정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이 나타난 사건이다. 직·간접적으로 문화관광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영상물등급심사위원회 등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국무총리도 대국민 사과와 “사행성 게임은 마약사범에 준하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서민피해 양산 정부도 한 몫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인간은 자신의 몸과 마음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 자신만이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맥락에서 도박병에 중독된 책임은 요행을 바란 사람들에게 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어느 야당 정치인이 잘 지적하였듯이 “나라가 나서서 도박을 제도화하고 국민을 도박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책임은 당연히 정부가 져야 한다. 특히 서민들의 사행심을 조장하여 한탕주의에 빠지게 한 정부의 책임자들은 조사결과를 지켜보자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버리고 지금이라도 양심선언을 하고 겸허하게 국민들에게 용서를 청해야 한다.
현직 총리나 현직 장관 말고 ‘바다이야기’사업을 허용해줄 당시, 관련부서의 장관과 관련자들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구실로 시간을 벌려고 해선 안 된다. 사행성게임의 희생자들은 이른바 참여정부가 척결하려고 노력한다고 주장하는 양극화의 한축인 다수의 서민들이 아닌가? 그래서 앞서 말한 정치인은 직설적으로 “서민피 빨아 먹는다”고 혹독하게 현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
사전에서는 도박을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것으로’ 정의한다. 정상적으로 건전한 노동을 통해 가계를 꾸려나가기보다 도박판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서 서민들로 하여금 도박 관련시설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게 만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해당 정책의 실패이기에 대통령이 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과거에 한강다리가 무너지는 것 같은 대형사고가 나면 해당부서의 장관이나 때로는 국무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상례였다. 우리 정치체제가 대통령제도와 내각책임제가 어정쩡하게 혼합되어있는 ‘짬뽕식’제도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즉 책임질 일이 발생하면 국무총리에게 지우고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불과 임기 5년에 지나지 않는 각 정권마다 서너 명씩의 국무총리가 양산되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번 ‘바다이야기’사태수습의 일환으로, 아무런 죄도 없는 현직 장관이나 현직 총리가 과거처럼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책임질 일은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이 져야 한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 책상위에 국정의 책임을 모두 자신이 진다는 의미로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의 명패를 올려놓았다. 우리가 이번 사행성오락기 사건에서 배울 것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지극히 평범한 교훈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격언이 아닐는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