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중세 문헌 중 일부를 인용한 발언에 대해 전세계 이슬람권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황이 직접 사과의 뜻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발언에 대한 비난의 수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교황의 발언이 진정 이슬람권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었는지를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교황은 이 인용문 즉 “무함마드가 가져온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보여달라. 그러면 그가 설파하는 신앙을 칼로 전파하라는 명령과 같은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만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결코 개인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말은 중세문헌 중 비잔틴 제국의 마누엘 2세 황제가 한 페르시아 학자와 나눈 대화의 일부에서 발췌한 것이다. 교황은 연설에서 이 말을 인용한 후 ‘폭력을 통한 신앙의 전파’가 비이성적인 것이며 이는 곧 하느님의 본질과 뜻에 맞지 않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교황의 발언은 오늘날 온갖 형태의 테러와 무력 분쟁에 휩싸여 있는 세계 상황 안에서 종교가 종종 폭력의 원인이나 이유,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개탄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장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이 9월 16일 이와 관련해 발표한 선언에서도 분명히 언급되는 바대로 “종교와 폭력의 관계라는 주제에 관한 몇 가지 성찰들을 제시하고”, 나아가 “종교가 동기가 되는 폭력을 분명하고 철저하게 반대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같은 인용문을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교회의 이슬람에 대한 입장은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 ‘우리 시대’(Nostra Aetate)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나 있으며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포함한 가톨릭 교회의 모든 이들은 바로 그 입장을 충실하게 따른다. 그것은 한 마디로 교회는 무슬림도 존중하고 있으며 과거의 교훈을 따라 화해의 길을 추구하고 서로 각자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과 교황청은 오히려 이슬람의 표상을 조롱하는 서구의 만평을 단호하게 배격했으며 “하느님에 대한 경시, 거룩한 것에 대한 조롱이 자유의 행사로 간주되는 냉소주의”를 삼가도록 세속화된 서양 문화에 경고하고 있다.
이슬람을 비롯한 모든 진지한 종교인들은 물론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존경심을 잃지 않는다. 이제 서로의 가슴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더 진솔하고 호의적인 대화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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