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인생수업이 시작된 곳은 31년전 친구의 옛집 별채, 녹초향이 폐부까지 밀려와 심신을 경건히 재울 수 있는 마음의 피정집이었다.
청결하게 덮여진 이부자리부터 단정하게 정돈된 화장실, 부엌에는 쌀, 밀가루, 국수, 커피, 우유, 물, 주스…. 과일 바구니까지, 비상시에도 쓸 수 있는 모든 가재도구가 완벽했다. 가끔 대학으로 초청되어 갈 때 그쪽에서 마늘 한통까지 준비해주어 독일인들의 배려를 경험하긴 했지만, 나의 친구는, 그렇게 허물없다 싶은 친구인데도 여전히 선택받은 손님처럼 정갈하게 초대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이는 독일인이 교육을 통하여 습관이 된 타인에 대한 아름다운 배려이고 덕목이다. 일단 손을 대면 마음의 자세를 확실하게 숙고하는 완벽적인 교육이다. 이 교육은 바로 상대방에게 행복한 시간을 남겨주는,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으로 하여 나는 어떻게 무엇이 행복한지를 사고(思考)하는 삶의 자세다. 바로 이 사고하는 삶의 자세를 나는 읽게 하고 싶다. 물론 사람을 초대하고 초대받는 동서 문화의 정서차이가 있으나 만남으로 하여 남겨진 시간들은 정녕 우리들 삶의 소중하고 감사한 부분이었다.
어느 때쯤 계단으로부터 피어오르는 구수한 냄새, 층계에 놓여 진 바구니에는 친구가 구운 빵과 물이 담겨져 있다. 내가 빈 바구니를 내어놓으면 다시 반복된다. 떠나오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행복한 기도였다. 여러 번 아주 많이 감사했었다. 아름다운 배려로부터의 이 행복한 기도는, 사람마음에 남겨진 감사함으로 이해하고 용서하여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이미재(청주대학교 예술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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